▲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덤핑을 본격화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중국 SMIC 반도체공장 외부 이미지. < SMIC >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덤핑’ 전략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글로벌 시장에 저가의 반도체를 대량으로 공급해 업황 악화를 주도할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이 영향권에 놓이는 데 이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26일 반도체 전문지 EE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이 덤핑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는 방식을 곧 반도체 산업에도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 정보보안국 출신의 변호사 나자크 니칵타르는 EE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중국 SMIC는 이미 저가 반도체로 물량 공세를 벌이기 위해 대규모 생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주요 반도체기업이 이미 영향권에 들고 있다며 중국이 이러한 해외 경쟁사를 무너뜨리는 전략을 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반도체 덤핑이 전 세계적인 업황 악화를 주도해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상당한 충격을 안길 수 있다는 의미다.
SMIC와 YMTC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무역규제 영향으로 첨단 기술 개발이나 시설 투자에 필요한 장비 수입에 차질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 시행을 앞두고 생산장비를 대규모로 사들이는 등 방식을 통해 당분간 증설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해둔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 수준이 비교적 뒤처지는 중국산 반도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직접적으로 경쟁을 벌이는 분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격적인 물량 공세를 통해 반도체 공급 과잉을 이끌고 가격 하락을 주도한다면 자연히 한국 반도체기업의 수익성에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과 투자 위축을 이끌어 결과적으로 중국 기업과 격차를 좁히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수 있다.
EE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반도체기업은 우선 물량공세를 통해 자국에서 해외 반도체기업을 몰아내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후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반도체 최대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경계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EE타임스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도 최근 중국 정부의 자국 반도체 생산 투자 지원을 두고 “중요하게 고려하고 동맹국과 협력해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니칵타르는 중국의 반도체 덤핑 시도가 결국 SMIC 등을 겨냥한 미국의 무역규제 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구형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에는 비교적 느슨한 규제가 적용되었기 때문에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꾸준히 시설 투자에 나설 수 있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니칵타르는 중국 정부가 이전부터 체계적인 방식의 덤핑을 시도한 사례가 많았다며 반도체에 이어 전기차 배터리와 스마트폰, 중장비 등 산업을 다음 타깃으로 삼을 공산도 크다고 바라봤다.
한국의 반도체 이외에 배터리 등 다른 업종 기업들도 중장기적으로 중국 정부의 덤핑 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그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도 대중국 수출규제 정책에 허점을 메우기를 원하고 있다”며 “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