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쓴소리'에 금감원 조사, 일부 애널리스트 '발언 자유' 찾아 유튜버로

▲ 올해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발언에 제약이 가해지자 표현의 자유를 찾아 유튜브로 옮겨 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연준에 속지 마라.”, “인류 역사에 제로 금리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채상욱 전 하나금융투자(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연구원)가 최근 자신이 개설한 유튜브 영상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연구팀) 소속이었다면 선뜻 하기 어려웠을 발언을 유튜브를 통해 자유로이 개진하고 있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을 더욱 강하게 받고 있는 애널리스트들과 ‘열린 발언의 장’인 유튜브 공간의 대비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애널리스트들이 유튜버로 전직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증권업계의 꽃’인 애널리스트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선 그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발언상의 제약을 최소화하고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총 1080명으로 집계된다. 

2014년 1192명에 이르던 애널리스트 규모는 증권업계의 구조변화에 따라 2021년 1040명 수준까지 줄었다. 이후 2022년(1063명)부터 소폭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 주어진 발언권은 ‘제자리 걸음’을 넘어 오히려 약화되는 모양새다. 최근 일련의 사건에서  더욱 좁아진 그들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한 증권사의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 A씨는 기업 리포트(보고서)와 관련해 최근 홍역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인 B사와 C사는 한 제품의 특허권을 두고 오랫동안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B사가 A씨의 윗선에 ‘A가 C사에 우호적인 내용의 리포트를 내지 못하도록 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해당 의혹이 사실이란 전제 하에 현직 애널리스트 사이에선 B사의 행동이 과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에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으로부터 받는 압력은 불리한 의견을 냈을 때에 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선에 그쳤으나 해당 사건은 그 수준을 넘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B사의 행동은 명백히 선을 넘었으며 시장 개입이다”고 말한다.

그는 “양사의 분쟁은 이전부터 유명했다. B사가 워낙 역사가 길고 중요한 기업이다 보니 B사를 커버(리포트를 내는 행위)하는 애널리스트들은 C사에 대한 리포트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B사에 대해 리포트를 낸 증권사는 10곳이 넘으며 발행된 리포트 숫자만 총 30건이 넘는다. 반면 C사에 대해 나온 리포트는 4건에 그치며 모두 A씨가 작성했다. 이날 종가 기준 C사의 시가총액은 B사의 2배 수준이다.
 
A씨는 이전에 근무하던 증권사에서는 B사와 C사 리포트를 모두 발행했으나 현재 B사 리포트는 발행하지 않고 있다.

위 애널리스트는 “제약/바이오 업종 애널리스트라면 응당 B사와 C사 모두 커버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B사를 커버하는 애널리스트들은 C사를 커버하지 않고 있다. A씨만 홀로 C사를 커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애널리스트들이 받는 압력은 기업발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개인투자자들의 등쌀에 못이겨 리포트를 내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올해 들어 주가가 급등하며 개인투자자들의 최선호 종목이 된 에코프로. 해당 종목 주가가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4월 애널리스트 D씨가 처음으로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의견을 냈다.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비난이 빗발쳤으며 ‘D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다’는 민원을 접수한 금융감독원은 그를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애널리스트들은 에코프로에 대해 함구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 이후 에코프로에 대해 나온 리포트는 8월 D씨가 다시 발행한 게 유일하다. 그는 여기서도 ‘매도’ 의견을 유지했다. 에코프로 주가는 이달 들어 하루를 제외하고 모든 거래일 하락 마감하며 총 26% 내렸다.  

증권업계에선 ‘매도의견을 낼 바에야 차라리 리포트를 안 쓰는게 낫다’는 생각이 대부분이다. ‘리포트가 나오지 않는 종목은 사실상 애널리스트들이 매도의견을 내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웃지못할 얘기가 정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애널리스트 리포트는 투자에 앞서 필요한 핵심 정보를 제공받는 창구로 각 애널리스트가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본질이다. 그러나 개별 기업 및 투자자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지나치게 개입하려 들면서 애널리스트들이 느끼는 염증이 커져가고 있다.
 
에코프로 '쓴소리'에 금감원 조사, 일부 애널리스트 '발언 자유' 찾아 유튜버로

▲ 금감원 등 당국이 증권사 리서치 신뢰도 제고를 위한 방안을 현재 마련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나서서 증권사 리서치 영역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3월 증권사 대표들과 만나 “국내 증권사 리포트의 객관성 및 신뢰도 제고 문제가 그간 오랜 과제였던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에 언급된 사례들을 통해 볼 때 증권사가 자체적 할 수 있는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리서치 개선 방안은 애널리스트들이 노력할 것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며 “그보다는 애널리스트들이 외부의 간섭을 최대한 받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