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산은캐피탈 매각을 당분간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은캐피탈의 자산가치를 높여 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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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해 산은캐피탈에 대한 전략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전략컨설팅 결과는 9월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산은캐피탈의 중장기 경영전략을 살펴보고 있다"며 ”전략컨설팅 결과에 따라 매각을 다시 추진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산은캐피탈 매각을 추진하는 일보다 기업가치를 높이는 쪽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들에게 “산은캐피탈의 기업가치와 자산가치를 끌어올린 뒤 파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산은캐피탈 매각가격이 3천억~4천억 원이라면 수요가 많겠지만 7천억 원에 사들일 기업은 없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산은캐피탈 지분 99.92%는 2015년 11월 기준으로 장부가격 5973억 원이다. 산업은행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6500억~7천억 원을 매각가격으로 바라고 있다.
산은캐피탈은 실적도 좋은 편이다. 상반기에 순이익 826억 원을 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71% 증가했다.
그러나 산은캐피탈이 장부가격 이상으로 매각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산업은행 계열사가 아니게 될 경우 지금만큼 순이익을 올릴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2015년 11월과 올해 5월 산은캐피탈 매각에 실패했는데 가격 문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 모두 입찰에 투자자 1곳만 참여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찰됐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산은캐피탈은 전체 순이익에서 기업금융의 비중이 높은데 이 분야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산업은행의 계열사라는 후광에 힘입은 부분이 크다”며 “산업은행 계열사라는 브랜드가치를 제외하면 매각가격 7천억 원은 지나치게 높다”고 말했다.
산은캐피탈이 매각되면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산은캐피탈은 산업은행 계열사로서 자금을 비교적 낮은 금리로 조달해 왔는데 매각된 이후에도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산은캐피탈이 이런 이유로 산업은행 자회사로 당분간 남아 있으면서 정책금융 업무를 분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회장도 “산은캐피탈은 캐피탈회사로서 은행과 달리 선박리스 등 다양한 사업을 제약 없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은캐피탈은 연초에 만들어진 1억2천만 달러 규모의 선박펀드 조성에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참여하기도 했다. 산은캐피탈은 선박펀드 운용자금 가운데 30%를 산업은행·수출입은행·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함께 후순위투자자로서 빌려주는 역할을 맡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캐피탈은 이전부터 선박리스 사업을 해왔으며 중소기업대출과 벤처투자(VC) 등 정책금융 성격이 강한 사업도 진행할 수 있다”며 “산업은행 자회사로 계속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