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 뒤 처음으로 자사주를 사들이며 주가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최고경영자의 자사주 매입은 강한 주가부양 의지로 읽히는 만큼 다른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여러 번 시도했는데 이번에 임 회장도 동참한 것이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실제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자사주 매입이 주가부양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취임 뒤 첫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부양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추가 자사주 매입 가능성도 닫혀 있지 않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첫 자사주 매입으로 회장이 주가부양의지를 내보인 것이다”며 “추가 자사주 매입은 전적으로 회장의 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에 시점과 규모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자사주 매입을 이어나갈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임 회장은 취임 뒤 처음으로 자사주 1만 주를 사들였다. 이로써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 회장 가운데 자사주를 소유하지 않은 회장은 아무도 없게 됐다.
CEO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부양을 비롯한 주주환원 의지를 내보이는 수단 가운데 하나로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임 회장을 제외하고 모든 회장이 자사주를 사들인 경험이 있었다.
임 회장의 6일 매입단가는 1만1880원이었다. 우리금융 주가는 6일 0.42%(50원) 오른 1만1950원에 거래를 마쳤고 주식 가치는 1억1950만 원에 이른다.
임 회장은 올해 들어서는 물론 자신이 취임한 뒤에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우리금융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자사주 매입으로 시장에 주주환원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첫 거래일인 1월2일과 9월6일의 종가를 비교하면 우리금융의 상승폭은 6.22%로 KRX 은행지수 오름폭 6.84%보다 작았다. 6일 기준 우리금융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30배로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낮다.
임 회장이 늦게나마 자사주 매입행렬에 합류하며 주가부양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하지만 올해 다른 금융지주·은행 CEO의 자사주 매입은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임 회장처럼 올해 회장이 바뀐 신한지주 사례가 대표적이다.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은 취임 뒤 처음으로 6월23일 5천 주를 사들였다. 전후를 비교하면 6월23일에는 22일보다 1.01% 하락한 3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일주일 뒤인 6월30일에는 3만4천 원에 그쳤다.
신한지주는 회장부터 적극적으로 주가부양에 나섰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셈이다.
핵심계열사 수장인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취임 뒤 3월23일에 4851주, 4월4일에 3700주를 사들였지만 신한지주 주가 변동은 크지 않았다.
신한지주 뿐 아니라 하나금융지주도 마찬가지였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4월5일에 1천 주, 9월1일에 1천 주를 사들였지만 매입시점과 비교하면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4월5일 4만1200원에서 9월6일 3만9950원까지 내렸다.
이 때문에 자사주 매입이 CEO의 주주환원 의지를 내보일 수는 있어도 주가 부양 자체에는 직접적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마저 나온다.
▲ 4대 금융지주 회장 자사주 보유 현황. 자료 출처는 전자공시시스템과 한국거래소. |
실제로 4대 금융그룹 상황을 살펴보면 자사주 매입이 매번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2019년을 마지막으로 자사주를 사들이지 않았고 이재근 KB국민은행장도 지난해 말이 마지막이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부회장 시절이던 2020년 3월 매수가 끝이었다.
자사주 매입이 수장의 의지 표현으로 사용돼 온 만큼 주주환원의 주요한 지표로 여겨지지만 절대적이진 않은 셈이다.
우리금융도 이번 자사주 매입을 시작으로 주주환원에 더 노력을 쏟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우리금융은 전날 “임 회장 취임 뒤 우리금융은 지주사 출범 뒤 첫 자기주식 매입소각과 분기배당 등으로 주주환원에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며 “임 회장의 첫 자사주 매입을 계기로 시장 및 주주들과 소통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