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구 주요국에서도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사진은 2월23일 미국 애리조나주 리오베르데풋힐스에 위치한 주택의 항공사진. 이 주택은 인근 스코츠데일시에서 물을 공급받는다. 그러나 스코츠데일시 당국이 가뭄으로 물을 다른 곳에 팔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하원의원이 장기간 가뭄으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애리조나 등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수자원 보호법안을 발의했다. 대량의 물을 사용하는 작물을 해외에 수출하면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수자원 확보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물에도 자국의 자원을 지켜내기 위한 보호무역주의가 적용되기 시작하는 신호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각) 미국 애리조나 지역방송 케이타르(KTAR)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 루벤 가예고는 최근 ‘수자원 보호법안’을 발의했다.
애리조나주와 같이 장기간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에서 ‘물 집약적 작물’을 해외에 수출할 때 300%의 소비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가예고 의원은 수출용 사료작물인 자주개자리(알팔파)에 들어가는 지하수 사용량을 예로 들며 애리조나주의 물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해외로 빠져나간다고 주장했다.
가예고 의원실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폰도몬테에서 자주개자리를 재배하는 한 사우디아라비아 기업은 1년에 390만 달러(약 52억800만 원)의 물값을 내고 5만4천 가구가 사용하는 양의 수자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로 중동으로 수출되는 자주개자리를 재배하는 데 대량의 농업용수가 쓰이다보니 정작 애리조나주 주민들이 사용할 수자원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가예고 의원은 케이타르를 통해 “더 이상 외국 정부와 기업이 애리조나 주민의 상황을 악화시키는 수자원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케이타르는 “가예고 의원은 애리조나주의 수자원이 사우디아라비아 대신 미국 내에 머물러야 한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는 자국의 주요 자원이 해외로 수출되는 것을 정책 수단으로 막는 보호무역주의 양상을 띠고 있다.
가뭄과 같은 이상 기후현상이 빈번해져 수자원 부족 문제가 중요하게 인식되면서 물도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가예고 의원은 해당 법안이 국제 무역협정에 위배되지 않는 방식으로 세금을 부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