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회장의 이번 해외 출장은 주가 부양에도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최근 들어 금융당국의 규제와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의 영향으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5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함영주 회장은 이날과 6일 이틀에 걸쳐 홍콩에서 열리는 IR에 직접 참석한다.
함 회장이 해외 IR에 참석하는 것은 올해 들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5월 ‘금융권 공동 싱가포르 IR’에 참석했다.
10월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영국 런던 등 유럽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 IR에 참석한다.
함 회장은 주가 부양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해외 IR에도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 IR에서 신규 투자 유치 등 성과를 내면 주가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나금융지주는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 기존 해외투자자와 관계를 지속하고 새로운 해외투자자를 확보하는 일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무래도 회장이 직접 해외 IR에 참석하게 되면 해외투자자의 신뢰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일 때도 해외 IR에 여러 번 참석했던 만큼 해외투자자들과 직접 만나는 일에 자신감도 클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은행장 시설 해외투자자들과 만남에서도 ‘영업통’의 면모를 발휘해 적지 않은 성과를 끌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67.17%다. 4대 금융지주를 비교하면 KB금융지주(72.86%)보다는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작지만 신한금융지주(59.50%), 우리금융지주(35.77%)와 비교해 해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데도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금융지주 주가는 실적 못지않게 경제 상황이나 정부 정책 등에도 영향을 많이 받긴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주가는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맨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홍콩 IR 행사에 참석하기 전 하나은행 홍콩 지점을 방문해 글로벌 현장의 직원들을 격려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지주의 주가 순자산비율(PBR)은 0.30배로 KB금융지주(0.37배), 신한금융지주(0.35배) 등과 비교해도 낮다. 주가 순자산비율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으로 1배 미만이면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함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3월 4만8천 원이었다. 올해 1월 5만3천 원까지 치솟았으나 그 뒤로 크게 내려 현재는 3만8천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4일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3만98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하나금융지주가 함 회장 취임 뒤 안정적으로 실적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꾸준히 강화하는 점은 해외투자자들과 만남에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지주는 상반기 순이익 2조209억 원을 내면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고 이런 흐름대로라면 올해 연간 기준 최대 실적 달성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함 회장은 홍콩에서 이틀 동안 최근 하나금융그룹에 관심을 보이는 잠재적 투자자 10여 곳 투자기관의 최고책임자들을 직접 만나 그룹의 재무적 성과와 양호한 자산건전성, 중장기 성장 전략과 비전, ESG 경영 성과를 소개한다.
최근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인 그룹의 주주환원 정책도 설명하고 하나금융에 투자를 제안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 홍콩의 장기 투자자들과도 만나 감사 인사를 하고 향후 경영 계획을 직접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글로벌 현장의 협력과 소통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 해외투자자들과 현지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앞으로 하나금융그룹이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