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팻 겔싱어 인텔 CEO가 경쟁사인 엔비디아를 언급하며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 인텔의 진출 의지를 앞세웠다. 팻 겔싱어 인텔 CEO. <인텔>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인텔이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생산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통해 급성장하는 고성능 데이터센터 및 슈퍼컴퓨터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노리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TSMC의 강력한 연합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블룸버그는 1일 “팻 겔싱어 인텔 CEO는 반도체 시장에서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겔싱어 CEO는 증권사 도이체방크가 주최한 기술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텔의 향후 실적 전망과 성장성을 두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인텔의 주력 상품인 PC용 프로세서 재고 수준이 정상화되었다며 수요 침체기가 마무리되고 반도체 업황이 정상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은 신사업 분야에서 인텔이 경쟁사인 엔비디아에 맞서 점차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겔싱어는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시스템에 필수로 쓰이는 반도체를 공급하며 관련 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효과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인텔도 언젠가 이러한 인공지능 반도체 주문을 확보하며 엔비디아의 경쟁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인텔의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 출시는 반도체 설계 사업과 파운드리 사업에 중요한 전환점으로 꼽힌다. 해당 분야에서 상위 경쟁사로 꼽히는 엔비디아와 TSMC를 모두 따라잡는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현재 고성능 인공지능 연산 및 학습에 사용되는 GPU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90%에 이르는 점유율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텔도 뒤늦게 GPU 기술 개발에 주력하면서 인공지능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는 유사한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엔비디아와 큰 성능 격차를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가 이처럼 빠르게 시장을 잠식한 데는 이를 독점적으로 위탁생산하는 대만 TSMC의 미세공정 기술과 안정적 공급 능력도 중요하게 기여했다.
TSMC가 엔비디아와 오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을 전담하게 됐고 가파른 수요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점유율을 높이는 데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 인텔의 서버용 반도체 홍보용 이미지. <인텔> |
인텔은 현재 시스템반도체 미세공정 기술력에서도 TSMC에 뒤처지고 있다. 하지만 이르면 2025년부터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겔싱어 CEO가 목표한 대로 인텔이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다면 결국 반도체 설계와 제조 분야에서 모두 경쟁력을 인정받는 셈이 될 수 있다.
엔비디아와 TSMC 연합의 강력한 시너지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인텔이 자체적으로 갖춰냈다는 의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인텔은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생산까지 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엔비디아와 AMD, TSMC 등 여러 경쟁사에 차별화된 장점이다.
GPU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의 설계 및 제조 역량을 모두 갖춰낸다면 이러한 경쟁사에 확실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인텔은 앞으로 20A(2나노급) 또는 18A(1.8나노급) 시스템반도체 미세공정을 통해 인공지능 서버에 쓰이는 자체 개발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제조 기술력을 증명한다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TSMC에서 빼앗아 오며 파운드리 사업에서 중요한 성장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엔비디아는 이미 인텔에서 진행한 반도체 시범 생산 결과가 긍정적이라며 인텔 파운드리 활용에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인텔이 아직 GPU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AMD 등 경쟁사에 맞설 만한 기술력을 증명하지 못한 만큼 이러한 계획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텔은 인공지능 시장을 겨냥해 출시하는 GPU 기반 신제품 ‘팔콘쇼어’ 출시 시기를 2025년으로 잡아두고 있다. 당분간 엔비디아와 TSMC의 시장 지배력이 탄탄히 유지될 공산이 크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