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상승에 전염병과 해충 작물 피해 매년 급증, 연간 2900억 달러 넘어서

▲ 기온이 상승하면서 작물의 전염병과 해충 피해가 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연간 피해액이 2900억 달러를 넘었다고 집계했다. 사진은 '코코아 흑두병'에 감염돼 검게 변한 코코아 열매. <위키미디아 커먼스>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로 상승한 기온에 전염병과 해충이 빠르게 적응하며 매년 작물이 입는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블룸버그 등 외신을 종합하면 기온상승 영향으로 전염병과 해충으로 인한 작물 피해가 해마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엔식량농업기료에 따르면 세계 각지에서 작물이 전염병과 해충 등으로 입는 피해액이 연간 2900억 달러(약 384조 원)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해충과 전염병은 작물보다 기온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빨라 각국이 피해 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등 서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코코아 흑두병’이 크게 퍼져 주요 수입원인 코코아 생산량이 감소했다. 서아프리카 일대는 세계 코코아 생산의 3분의 2를 담당하는 지역이다.

국제농업연구기관 ‘열대연구서비스’에 따르면 코코아 최대 생산국 코트디부아르에서는 20%가 넘는 코코아나무들이 코코아 흑두병에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코코아 흑두병은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코코아나무를 먹이로 삼는 ‘가루깍지벌레’를 숙주로 해서 전염되는데 가루깍지벌레는 기온이 높은 환경에서 번식력이 높아진다.

코코아 흑두병은 감염되면 코코아 열매가 검게 변하고 썩어들어간다. 현재로서는 감염된 코코아나무를 죽이는 것 외에는 감염 방법을 막을 수 없어 감염률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에 따르면 자국 코코아 생산량을 3년 연속 줄어들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코코아 생산량은 같은 기간 대비 13.3%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인도에서는 지난달 토마토 가격이 700% 이상 치솟았다. 늦게 찾아온 장마와 급격하게 오른 기온에 겹쳐 ‘은빛잎가루이’라고 불리는 해충 번식이 늘었기 때문이다.

은빛잎가루이는 토마토와 고구마 등 작물의 체액을 빨아먹는데 이 과정에서 작물에 치명적인 병원균과 바이러스를 옮긴다. 

현재 은빛잎가루이는 높아진 기온 탓에 인도를 넘어 유럽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7배 넘게 오른 토마토 가격에 인도 현지에서 영업하는 맥도날드와 버거킹 등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조차 판매하는 햄버거에서 토마토를 빼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온 상승에 전염병과 해충 작물 피해 매년 급증, 연간 2900억 달러 넘어서

▲ '포도피어슨병'에 감염돼 메말라 버린 올리브 나무. <위키미디아 커먼스>

스페인에서는 가뭄과 함께 ‘포도피어슨병(xylella fastidiosa)’이라는 전염병이 기승을 부려 올리브 생산량이 2022년 한 해에만 20% 넘게 떨어졌다.

이 탓에 세계 올리브유 가격은 현재 같은 무게 원유 가격과 비교해 10배까지 올랐다.

올리브 생산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탈리아도 전국 올리브 나무 1억5천만 그루 가운데 2천만 그루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포도피어슨병은 2013년 이탈리아에서 유럽 최초로 발견된 박테리아로 포도나 올리브 등 작물의 체액을 빨아먹는 해충을 통해 감염된다.

포도피어슨병 박테리아는 감염시킨 식물이 양분을 수급하는 체관과 물관을 막아 서서히 말려 죽인다.

포도피어슨병 박테리아는 영하 5도의 기온에서는 활동이 위축되는데 최근 들어 유럽 남부가 겨울에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내려가는 일이 드물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감염 사례가 얼마 되지 않아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데 최근 북미와 유럽을 넘어 대만 등에서 대규모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레아 번치맨 미국 조지타운 대학 연구원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해충과 전염병은 통상적으로 기후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편이라 더 멀리, 빠르게 확산한다”며 “기온이 상승하면서 전염병과 해충이 서식하는 지역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