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를 비롯한 ARM 협력사가 지분 투자로 거둘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ARM의 반도체 설계기술 안내. < ARM >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애플, 아마존 등 기업이 일본 소프트뱅크 자회사 ARM 지분을 인수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불분명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ARM이 이미 해당 기업들과 원활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잠재적 기업가치도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어 지분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25일 반도체 전문지 EE타임스에 따르면 ARM이 미국 증시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난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RM은 9월 초 상장을 목표로 증권거래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소프트뱅크는 ARM 전체 지분 가운데 약 10%를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두고 내놓은 자체 기업가치 목표는 700억 달러(약 93조 원)다. 올해 기업공개 시장에서 가장 큰 ‘대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EE타임스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ARM 기업가치가 크게 고평가되었고 성장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목표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ARM 상장이 현재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의 유일한 희망으로 꼽히고 있다며 이 때문에 무리한 수준의 기업가치 목표를 책정했다고 말했다.
ARM 기업공개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으지 못한다면 장기간 실적 부진을 겪던 소프트뱅크의 재무구조가 더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ARM 상장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애플, 아마존 등 주요 협력사가 대량의 지분을 인수하도록 설득해 기업가치를 유리하게 산정하는 데 도움을 받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그러나 관계자는 EE타임스를 통해 “이들 기업은 이미 ARM과 충분히 유리한 조건의 계약을 맺고 있다”며 “고평가된 ARM의 지분을 매수해 어떤 장점이 있을 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ARM 고객사가 지분을 투자해 상장을 돕는다고 해도 앞으로 더 좋은 조건에 계약을 맺거나 하는 등의 실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ARM의 반도체 설계 기술은 삼성전자와 애플, 아마존 등이 개발하는 시스템반도체에 쓰인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ARM과 협력이 고객사 수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가 ARM과 협력 강화를 추진할 이유는 충분하지만 지분 참여로 실질적인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비싼 값에 ARM 주식을 매수하기는 쉽지 않은 선택일 수밖에 없다.
다만 EE타임스는 “ARM의 주요 고객사는 라이벌 기업과 반도체 설계 기술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며 “소프트뱅크는 이들을 적극 끌어들이려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가 ARM 지분 인수를 논의하는 대상 기업은 삼성전자와 애플, 아마존 이외에 TSMC와 엔비디아, 인텔 등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