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회장 대행 체제로 돌입하며 김성렬 혁신위원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마을금고는
박차훈 중앙회장뿐 아니라 전무이사 등 임원을 포함한 임직원 11명이 비리 혐의로 기소돼 신뢰 문제를 겪고 있다.
▲ 김성렬 새마을금고 혁신위원장의 행정자치부 차관 시절 모습. <연합뉴스> |
김 위원장은 앞으로 3개월 남짓한 짧은 시간 안에 신뢰회복을 위한 쇄신안을 내놓아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박차훈 중앙회장 기소 뒤 곧바로 김인 부회장 대행 체제로 전환했으나 김 부회장의 역할은 조직 혁신보다는 안정적 관리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회장은 2008년 남대문충무로금고 이사장 자리에 올라 줄곧 지역금고에서 일을 하다 2017년 부회장에 올랐다.
김 부회장이 중앙회보다 지역금고에 몸담아 왔다는 점과 지도부 다수가 비리혐의로 기소된 조직의 내부 인사라는 점에서 최근 새마을금고 전반에서 벌어진 사태를 수습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직문화 혁신 관점에서는 새마을금고가 최근 꾸린 경영혁신위원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전날
박차훈 회장이 기소된 뒤 낸 입장문에서 “18일 발족한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위원회에서 보다 강도 높은 혁신방안을 마련해 적극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중앙회 관계자도 “혁신위원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경영혁신위원회는 건전성을 지도· 관리와 경영혁신·발전 등을 심의·자문하는 위원회로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이 추천한 외부인사 8명을 포함한 12명으로 이뤄져 있다.
혁신위원회 수장은 새마을금고 소관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추천한 김성렬 전 행정자치부(현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맡고 있다.
김 위원장은 행정관료 출신으로 올해 초까지 신한카드 사외이사로 일했다. 2018년 신한카드 사외이사에 오른 뒤 이사회 감사위원장 등을 지냈다.
김 위원장이 신한카드에서 감사위원장 등을 지낸 경력은 새마을금고 혁신안 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는 최근 비리 문제가 터져나오는 과정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부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한카드는 국내 1위 카드업체인데다 새마을금고와 달리 금융당국의 감독도 받는 곳이어서 내부통제체계 구성은 보다 탄탄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신한카드의 내부통제 관련 사안을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이사회 감사위원장을 지낸 만큼 새마을금고의 내부통제 시스템의 빈틈을 찾아낼 가능성이 큰 셈이다.
▲ 김성렬 위원장(가운데)이 18일 서울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첫 번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새마을금고> |
김 위원장이 공직생활을 하며 중앙부처뿐 아니라 지방행정을 경험했다는 점도 강점으로 여겨진다.
김 위원장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경기도 행정1부지사를 거치며 지방행정을 경험했다. 새마을금고는 지역금고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조직인 만큼 효율적 혁신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방실정도 잘 알아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새마을금고의 폐쇄성에서 비롯한 만큼 김 위원장이 우선적으로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 마련에 힘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지 않는 새마을금고의 불투명성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돼 온 만큼 혁신위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김 위원장에겐 시간이 많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혁신위는 우선 3개월을 기한으로 운영된다. 이후 필요에 따라 연장할 수 있지만 처음 3개월 동안 추진 동력을 마련하지 못하면 향후 기한이 연장된다해도 혁신위 활동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혁신위에 주어진 시간이 새마을금고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금융권에서는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그동안 부동산부터 사모펀드(PEF) 투자에 이르기까지 주요 기관투자자로 활동해 온 만큼 최근 들어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새마을금고가 부동산시장 큰 손으로 자리매김해 왔다는 건 업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며 “다만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즈음부터 큰 손으로 평가받던 새마을금고가 빠지니 딜(거래)이 안 돌아간다는 말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경영혁신위원회는 18일 첫 회의를 열고 추진과제로 경영혁신과 건전성 관리, 경영합리화 세 가지를 제시하고 과제별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위기 속에서 교훈을 얻어 새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반드시 경영혁신이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경영혁신과 건전성 관리, 경영합리화 등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958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경북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1983년 행정고시 27회에 합격해 공직에 발을 들였고 경기도 행정1부지사, 행정자치부 차관 등을 지냈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신한카드 사외이사로 일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