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경 기자 hkcho@businesspost.co.kr2023-08-24 16: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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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24일 금융권 공동채용박람회가 열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처서가 지나 한풀 꺾였다고 하지만 행사장은 더위가 부담스러운 정장을 한 '예비금융인'들로 북적였다.
면접장 옆에서 기도문을 외우는 것처럼 준비한 내용을 읊조리는 구직자의 모습에서는 '간절함'을 넘어 '경건함'까지 느껴졌다.
▲ 24일 '2023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은행권 현장 면접이 진행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날 6개 시중은행과 5개 지방은행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한 '2023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현장에서 사전 서류 심사를 통과한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현장 면접을 진행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전일부터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우수 면접자로 선발된 은행권 구직자는 이후 실제 은행 채용에서 1차 서류 전형이 면제된다.
박람회 시작 전부터 면접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DDP 안 한 카페는 하얀색 셔츠와 까만색 자켓의 면접용 정장을 차려입은 '예비금융인'들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은 긴장된 모습으로 작성해 온 면접 답변 내용을 다듬거나 외우고 있었다.
면접이 진행되고 있는 박람회 현장에서는 금융권 취업을 꿈꾸는 이들의 간절함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면접 접수 시간이 되기도 전에 이미 도착한 지원자들은 한 쪽 벽에 줄줄이 서 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준비해온 내용을 반복해 읽었다.
공항에서 막 도착한 듯 수화물 표가 붙은 캐리어를 가지고 온 구직자도 있었다.
이날 은행권 현장 면접을 보기 위해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한 구직자는 "(현장 면접에서 선발되면) 1차 서류가 면제된다는 것만 해도 크다"고 말했다.
이번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는 은행권 현장 면접자의 약 35% 이상을 우수 면접자로 선발해 이후 은행 채용에서 1차 서류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지난해보다 기회의 문은 넓어졌다. 지난해에는 6개 시중은행만 참여했던 것은 지방은행도 늘어 11곳으로, 인원은 1300명에서 올해 약 2300명으로 증가했다.
금융공기업을 포함해 58개 금융회사들은 사전등록과 현장등록을 통한 채용상담을 진행했다.
이곳에서는 구직자들이 각 회사의 채용과 관련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은행권 면접이 진행되는 부스 반대편에서도 간절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몇몇 구직자는 답변을 빼곡히 받아 적은 노트를 들고 부스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 24일 '2023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당장 서류면제와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채용 담당자를 만나는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이 기회에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가려 노력하는 것이다.
경영학을 부전공해 금융권 취업 관련 정보를 얻으러 왔다는 한 구직자는 "질문을 얼마나 준비하고 오는지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답변도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람회에서 만난 한 금융회사의 채용담당자는 “사람이 몰리면 최대한 많은 구직자를 만나기 위해 두세 명씩이라도 상담을 진행했다”며 “A4용지에 그동안 해왔던 경험과 역량을 모두 적어가지고 오는 구직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블라인드채용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스펙으로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하반기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채용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점점 좁아지는 취업문에 구직자들은 더욱 간절해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HR기업 인크루트가 7월11일부터 25일까지 국내 기업 72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채용은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모두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9.6%는 하반기 채용 계획이 전혀 없다.
금융당국은 얼어붙은 취업시장에서 금융권 공동채용박람회가 구직자들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23일 개막식에서 "올해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금융기관 참여, 현장면접 제공기관 확대, 맞춤형 채용상담 등을 통해 취업 준비의 모든 단계를 지원할 것"이라며 "이번 박람회를 통해 원하는 금융분야에서 일자리를 찾고 미래를 만들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부터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의 홈페이지를 상시 운영해 취업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각 기업의 채용정보관에서는 하반기 채용계획을 확인할 수 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