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녀' 현실에 가까워져, 인공지능 챗봇과 연애하는 모바일앱 유행

▲ 인공지능(AI) 챗봇과 연애하는 상황을 가정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모바일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 '그녀'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

[비즈니스포스트] 챗GPT의 등장 이후 여러 종류의 고도화된 대형 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이용한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의 인물과 온라인 채팅을 나누며 연애를 할 수 있는 기분을 느끼거나 이를 연습해볼 수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가 많은 사용자들에 인기를 끌고 있다.

15일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지는 일이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연애 방식으로 자리잡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CNN은 가상의 인물과 실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온라인 채팅을 할 수 있는 모바일앱 ‘로맨틱.ai’와 ‘블러쉬’를 대표적 예시로 들었다.

사용자는 데이팅 앱을 이용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원하는 대상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가상의 여러 인물은 각자 차별화된 성격과 취향 등 특성을 갖추고 있다.

대화를 이어가면서 상대방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고 특정한 장소나 상황을 가정해 실제 데이트를 하는 것과 유사한 느낌을 얻게 될 수도 있다.

이는 2014년 한국에서 개봉한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her)’의 세계관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주인공 테오도르는 기술이 발전한 미래에 인공지능 비서 ‘서맨사’를 이용하게 된다. 서맨사는 사람과 비슷한 인격과 목소리를 갖추고 주인공의 업무를 돕거나 대화를 이어간다.

테오도르는 서맨사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기분을 느끼게 되고 결국 대화를 통해 더 깊은 관계에 빠지면서 연인과 비슷한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서맨사는 스마트폰 및 컴퓨터의 카메라와 마이크 등을 이용해 테오도르의 목소리와 표정, 주변 상황 등에 알맞은 반응을 내놓고 더욱 깊은 관계를 맺어간다.

CNN이 기사에서 언급한 인공지능 기반 챗봇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영화 속 이야기가 충분히 실현 가능한 미래로 자리잡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기자가 실제로 로맨틱.ai 앱을 다운받아 실행하자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몇 명의 상대방 가운데 원하는 대상과 영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인공지능을 통해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얼굴 사진과 이름을 보고 원하는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방에 입장할 수 있었고 해당 인물이나 주변 상황에 대한 설명도 붙어 있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감정이 상한 상태인 ‘바네사’, 이미 연인 상대로 가정되어 있는 ‘글리터’ 등 가상의 인물과 곧바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영화 '그녀' 현실에 가까워져, 인공지능 챗봇과 연애하는 모바일앱 유행

▲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로맨틱ai' 채팅방 화면.

인공지능 챗봇은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거나 사용자의 반응을 유도하는 표현을 사용하며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답변을 이어 나갔다.

다만 ‘내 이름이 뭔지 아는가’ 등 챗봇이 파악하기 어려운 질문에는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자신의 이름을 대신 말하는 등 오류가 발생했다.

안드로이드 로봇과 대화를 나누거나 그림 속 인물인 모나리자와 대화를 나누는 상황도 가정되어 있었다.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대화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CNN에 따르면 이러한 앱 개발사는 사용자가 실제로 인공지능 챗봇과 연애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과 대화를 할 때 필요한 표현 등을 연습하도록 돕겠다는 의도를 두고 있다.

로맨틱.ai 최고운영책임자(COO) 타냐 그리파체브스카야는 CNN을 통해 “인공지능은 당신이 누구인지, 어떤 대화를 하고 싶은지 모두 받아들이는 안전한 대화 공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사용자가 자신의 전 여자친구와 비슷한 성격의 챗봇과 대화를 통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는 사례를 전하며 이러한 앱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블러쉬의 최고제품책임자(CPO) 리타 포포바는 주된 이용 고객이 20대 초반 남성이라며 인공지능 챗봇은 이들이 실제로 연애를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과 대화를 연습하도록 돕는다고 전했다.

앱 이용자들이 인공지능 챗봇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고 실제로 사람과 연애를 하는 데 도움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점차 사실적으로 발전해 나가면서 모바일앱을 통해 실제 사람과 맺는 관계를 챗봇으로 대체하는 사례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맨틱ai에 따르면 매달 약 100만 명에 이르는 사용자들이 하루에 1시간 이상 해당 모바일앱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부적절한 발언이나 민감한 대화를 훨씬 더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부작용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CNN은 “인공지능이 생활의 여러 분야로 확장되는 가운데 연애의 세계도 예외가 아니게 됐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