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8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두고 미국 소비자물가 둔화세를 확인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둔화 흐름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인상하지 않는다면 사상 최대치로 확대된 한국과 미국의 기금금리 격차 폭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
다만 최근 국내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 총재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11일 한국은행 안팎에 따르면 24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 총재가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들어 네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는 결정을 이어오고 있다.
이 총재는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물가 상승의 둔화 흐름을 확인한 덕분에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됐다.
그동안 이 총재는 미국 소비자물가가 다시 고공행진을 해나간다면 연준에서 통화긴축 기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7월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미국 소비자물가에 따라 주요국 통화정책이나 환율이 어떻게 될지 상황을 봐야 한다”며 “금리격차, 외환시장 불안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둔화세를 보이면서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낮아졌다.
10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 통계국은 홈페이지를 통해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3.3%를 밑도는 수치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주요 경제지표로 참고하는 7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지난해 7월과 비교해 4.7% 증가해 시장 전망치인 4.8%를 소폭 밑돌았다.
이에 연준의 금리인상 폭을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9월 기준금리 동결 확률은 89%까지 높아졌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휘발유를 제외한 대부분의 항목이 예상 범위 내에서 발표됨에 따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은 커졌다”고 평가했다.
▲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국내 가계부채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 |
연준의 9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이 총재도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던 셈이다.
다만 최근 들어 크게 높아진 국내 가계부채는 이 총재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총재는 7월14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제주포럼에 연사로 참여해 가계부채를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았다.
당시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기조를 유지하자 3개월 동안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흐름을 보여 우려스럽다는 뜻을 내보였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은 6월보다 6조 원 늘어난 1068조1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은 올해 4월 이후 4개월 연속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7월 들어 잔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 총재에 오를 때부터 국내 가계부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어서 금융안정과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금리를 인상해 증가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국내 가계부채 상승 흐름이 꺾이지 않는다면 이 총재는 평소 가계부채와 관련된 소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추가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는 셈이다.
최근 공개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다수의 금융통화위원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총재는 7월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금통위에서도 여러 금통위원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많은 우려를 표했다”며 “중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이는 거시적 대응에도 균형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