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 규제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반도체 구매에 나섰다. 신형 A100칩 대신 A800칩을 모두 10만 개 구매하고 추가로 40억 달러 규모 GPU도 구매했다. 사진은 중국에서 생산된 반도체 그래픽 이미지.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의 대형 IT 기업들이 미국 정부 규제에 맞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지속하기 위해 대량의 반도체 구매에 나섰다.
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바이두와 텐센트 등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로부터 50억 달러(약 6조6천억 원) 규모에 이르는 인공지능 반도체를 대량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의 신형 반도체 중국 수출에 제한을 건 미국 정부가 구형 반도체까지 규제를 확대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를 ‘사재기’하고 있는 셈이다.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반도체를 설계하지 못하는 중국 기업들은 대형 인공지능 언어 모델 개발에 엔비디아 반도체를 필수로 하고 있다.
대형 인공지능 언어 모델은 스스로 방대한 규모의 자료를 읽어 정보를 추출 및 분류해 직접 자료 생산까지 하는 생성형 인공지능리다. 대표적인 예로 오픈AI의 챗GPT가 있다.
중국 검색엔진 플랫폼 바이두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엔비디아 반도체가 없으면 대형 언어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바이두를 비롯한 많은 중국 IT 기업들이 세계적 '대세'가 된 대형 인공지능 언어 모델 연구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영상 플랫폼 ‘틱톡’으로 유명한 중국의 바이트댄스는 챗GPT와 유사한 생성형 인공지능 ‘그레이스’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틱톡에 적용한 챗GPT 기술 기반 인공지능 챗봇 ‘틱톡 타코’를 자체 기술로 대체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바이트댄스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우리는 연구 목적으로 엔비디아 반도체를 1만 개 넘게 확보해두었다”며 “추가로 7만 개가 넘는 A800칩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A800칩은 엔비디아의 최신형 A100칩보다 연산 성능이 한 단계 아래인 구형 반도체다. 미국의 규제로 A100칩을 구매할 수 없는 중국 기업들이 대체재로 인공지능 연구에 사용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바이두도 각각 자사가 서비스하는 플랫폼에 적용할 인공지능 언어 모델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번에 바이두와 텐센트 그리고 바이트댄스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구매한 엔비디아 A800칩은 10만 개로 모두 10억 달러(약 1조3017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여기에 추가로 40억 달러(약 5조2608억 원) 규모의 각종 GPU(그래픽 연산 장치)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기업들이 주문한 반도체는 내년에 배송이 완료된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IT 기업과 클라우드 제공사들은 매년 데이터센터 부품에 수억 달러를 투자한다”며 “몇 개월씩 일찍 주문을 넣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이 일제히 인공지능 반도체 사재기에 나서면서 해당 반도체 제품의 가격은 크게 올랐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중간 유통업체에서 판매하는 A800칩 가격은 현재 원래 판매가격보다 50% 넘게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