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호적으로 돌아선 양극재시장 환경의 영향이 크지만 엘앤에프가 경쟁사들보다 실적 부진의 골이 깊어 구조적으로 수익성이 낮다는 약점이 부각되고 있다.
▲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부회장이 엘앤에프의 구조적 저수익성을 극복하기 위해 고객사 다변화와 가치사슬(밸류체인) 역량 강화에 더욱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에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부회장은 고객사 다변화와 가치사슬(밸류체인) 역량 강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9일 배터리소재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원료인 리튬 가격 하락으로 양극재 가격이 떨어지며 엘앤에프를 비롯한 양극재업체들의 2분기 실적이 대체로 부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가 집계한 광물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리튬 가격은 지난해 11월14일 kg당 581.5위안에서 올해 4월24일 152.5위안으로 급락했다. 이후 리튬 가격은 반등해 6월30일 기준으로 302.5위안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지난해 말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양극재 가격은 리튬 가격에 연동되는 만큼 리튬 가격이 떨어지면 제품 가격도 따라 하락한다. 양극재업체들로서는 과거 리튬을 비싼 가격에 샀다가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게 되는 만큼 마진도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이 때문에 국내 주요 양극체업체들은 2분기에 모두 실적이 후퇴했다. 문제는 엘앤에프가 다른 경쟁사보다 더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는 데 있다.
엘앤에프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3682억 원, 영업이익 30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58.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5.1%나 급락했다.
애초 증권사들도 양극재시장 환경을 고려해 엘앤에프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낮춰 잡았는데 실제로 공개된 실적은 그보다도 대폭 낮은 수준이다. 증권사들이 산출한 엘앤에프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인 647억 원에서도 95.5% 가량 하회하는 것이다.
엘앤에프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0.2%로 에코프로비엠(6.0%),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사업부(4.4%)와 비교하면 크게 낮다.
엘앤에프의 낮은 수익성이 일시적 시장 환경 때문만이 아니라 경쟁사보다 낮은 경쟁력에서 비롯되는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엘앤에프가 구조적 저수익성을 보이는 이유로는 고객사 편중도가 높다는 점과 경쟁사들 대비 낮은 가치사슬 역량이 꼽힌다.
엘앤에프의 최대 고객사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 매출의 80% 가까이를 차지한다.
엘앤에프가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하는 양극재 상당수는 테슬라에 탑재되는 배터리인 만큼 최종 고객사로서 테슬라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엘앤에프는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테슬라에 양극재를 공급할 뿐 아니라 테슬라에 직접 납품도 진행하고 있어 테슬라의 크고 작은 결정들은 엘앤에프에도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다른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특정 고객사 비중이 높다는 것은 엘앤에프가 고객사들과 제품 가격이나 거래 조건 등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협상력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주요 고객사의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증권업계에서는 최종 고객사인 테슬라가 저가 모델 위주로 판매 전략을 수정하면서 엘앤에프의 고부가 양극재 출하량이 줄어든 것을 2분기 실적 부진 요인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엘앤에프가 양극재 원료인 리튬, 니켈 등 광물 조달, 양극재 중간소재인 전구체 생산, 폐배터리에서 리튬 등을 추출하는 리사이클 등에서 공급망 경쟁력에서 뒤처진다는 점도 지속해서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양극재와 관련된 가치사슬상에서 내재화 역량을 많이 갖출수록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이는 양극재업체의 수익성에 적잖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엘앤에프를 제외한 국내 주요 양극재기업들은 대개 그룹 차원에서 양극재 가치사슬을 관리하며 내재화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최수안 부회장도 이런 구조적 약점들을 극복하는 데 주안점을 둔 경영을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 부회장은 고객 편중도를 낮추기 위해 신규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80% 안팎에 이르는 LG에너지솔루션 쪽 매출 비중은 2025년 50%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 매출 비중은 75%로 지난해 1분기(82%)보다 소폭 낮아지기도 했다.
이밖에 완성차 업체 비중 30%, SK온 비중 20%로 고객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지금보다 안정적 매출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 마련돼 있다.
앞서 엘앤에프 측은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완성차업체 등 신규 고객사 확보와 관련된 활동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2025년 이후 완성차 고객사가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회장은 양극재 가치사슬 역량을 강화하는 일에도 이전보다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상반기 중 LS그룹과 전구체 제조·판매는 물론 황산니켈과 리사이클링 분야까지 2차전기 양극재 사업에 관해 포괄적으로 협력을 하기로 하는 한편 일본 미쓰비시케미컬그룹과 손잡고 차세대 음극재 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도 내놓은 바 있다.
▲ 대구 국가산단 내 엘앤에프 3공장. 3분기 준공과 양산 테스트, 내년 3분기 완전 가동 예정이다. <엘앤에프>
최수안 부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표 이후 완성차 제조사와 배터리 셀 제조사들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재를 조달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며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해 엘앤에프가 확보한 기술력과 공정(Processing)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라고 말했다.
엘앤에프도 2분기 실적 설명을 통해 “상반기에 전구체, 리튬, 음극재 등 신규 사업 검토에 집중했다”며 “하반기 전구체 합작법인(JV)을 시작으로 자원 순환체계(Closed Loop) 구축에도 본격 시동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양극재 시장의 급성장과 더불어 엘앤에프도 장기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일부에서는 엘앤에프가 구조적 문제들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보수적 시각도 엿보인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존 고객과의 장기수주계약, 수직계열화를 통한 가치사슬 역량강화, 고객 다변화에 따른 저평가 요인이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반면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향후 원료 조달 능력 강화, 화학구성(케미스트리) 제품 다각화 등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안정화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엘앤에프 실적 전망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