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만큼 뜨겁게 달아 오른 식재료 물가, 밥상까지 드리운 기후플레이션

▲ 지구가 뜨거워지는 만큼 기후변화로 농산물 등 식재료 생산이 타격을 받고 있다. 식재료 생산의 차질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뜨거워지는 지구가 밥상 물가도 달구고 있는 셈이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곳곳이 폭염, 폭우, 가뭄 등 극단적 기상현상을 겪으면서 농산물 등 주요 식재료의 시세를 자극하고 있다. 

뜨거워진 지구로 유발된 기후변화는 이제 밥상 물가까지 뜨겁게 달구고 있다.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특정 농산품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상추는 최근 들어 가격이 크게 오른 대표적 채소다. 적상추는 상품 4kg 전국 도매가 기준으로 24일에 8만7340원까지 올랐다.

상추는 고온에서 재배가 어려운 만큼 통상적으로 8월에 가격이 오르는 농산물이기는 하지만 올해 가격 상승폭은 평년과 비교해도 크다.

8월 기준으로 과거 적상추의 평균 가격을 보면 2022년 8월에는 5만1696원, 2021년 8월에는 4만1627원, 2020년에는 8월 4만9308원이었다.

오이, 애호박, 시금치 등 다른 농산품도 적상추와 상황이 비슷하다.
지구만큼 뜨겁게 달아 오른 식재료 물가, 밥상까지 드리운 기후플레이션

▲ 20~27일 적상추의 시세를 평년과 비교한 그래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서비스(KAMIS)>

특정 농산품 가격이 평년과 비교해도 급격하게 가격이 오른 데는 장마철에 쏟아진 집중호우의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는 특히 엽채류의 주요 산지인 충청권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상추 등 농산물의 생산량에 크게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가 크지 않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비교적 안정적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고랭지 배추의 시세를 보면 상품 10kg 전국 도매가 기준으로 24일 1만1980원으로 오히려 평년 가격인 1만2324원을 밑돌고 있다. 고랭지 배추는 주로 강원도에서 생산되며 강원도는 이번 장마철 집중호우로 크게 피해를 보지 않은 지역이다.

올해 장마철에 충청권 등 특정 지역에 이례적 수준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원인으로는 지구 온난화로 유발된 기후변화가 꼽힌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올해 장마를 놓고 “평년 장마철에 비해 장마 기간은 비슷했던 반면 이례적으로 강하고 많은 강수량으로 충청 이남 지역을 중심으로 큰 피해를 가져왔다”며 “앞으로도 기후변화에 따른 극값의 경신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지구만큼 뜨겁게 달아 오른 식재료 물가, 밥상까지 드리운 기후플레이션

▲ 15일 충청권에 내린 폭우로 충남 청양군의 한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겨 있다. <청양군>

기후변화로 농산물 생산이 타격을 받는 것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 들어 세계 곳곳에서는 홍수는 물론 폭염과 가뭄 등으로 주요 식재료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리라차 소스는 기후위기로 생산량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대표적 식재료다. 스리라차 소스의 주원료는 붉은 할라페뇨 고추인데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멕시코주를 비롯해 멕시코 일대 등 주요 생산지가 지속적으로 가뭄을 겪으면서 최근 3년 동안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리라차 소스는 17온스(481g) 한 병에 5달러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아마존 등 온라인 상거래에서 10배가 넘는 5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인도는 토마토를 노린 강도 사건이 빈발할 정도로 토마토 품귀현상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는 세계 주요 토마토 생산국이자 소비국일 정도로 일상 식생활에서 토마토가 광범위하게 쓰인다.

인도에서는 각 지역에서 시기별로 토마토가 출하된다. 하지만 올해 3~5월에는 안드라프라데시주 등 특정 지역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하면서 토마토 생산에 타격을 받았고 장기 보관이 어려운 토마토의 특성까지 더해져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인도에서 토마토의 가격은 수도인 뉴델리를 기준으로 연초에는 kg당 22루피(약 340원 대)였으나 7월 들어서는 120루피(약 1800원 대) 수준으로 올랐다. 1리터에 96루피(1500원 안팎) 수준인 휘발유보다 토마토가 더 비싸진 것이다.
 
지구만큼 뜨겁게 달아 오른 식재료 물가, 밥상까지 드리운 기후플레이션

▲ 영국 BBC의 시사프로그램 뉴스나이트가 신조어로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 들어 기후변화의 영향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밀, 설탕, 커피 등 주요 농산물의 시세 상승이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등 식재료 생산 타격은 지속적으로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중앙은행(ESB)이 올해 5월 독일 포츠담기후변화연구소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른 요인을 제외하고 기후변화로만 2022년에 물가상승률이 0.67%포인트 더 높아졌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내놨다.

유럽중앙은행은 2035년에는 기후위기로 세계의 식품 물가 상승률이 3.0% 포인트 더 높아질 것이라고도 바라봤다.

기후위기로 식재료 가격 상승이 이어지자 영국 BBC의 시사프로그램 ‘뉴스 나이트’는 19일 기후(climate)와 고물가(inflation)의 합성어인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라는 신조어를 소개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