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가뭄으로 데이터센터 ‘뜨거운 감자’, 수자원 놓고 글로벌 갈등 확산

▲ 사진은 스페인 아길라르 데 캄푸 지역의 한 저수지를 지난 7월17일 촬영한 모습. 가뭄으로 저수지 수량이 75%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메타 등 거대 데이터센터들이 수자원 소비 문제로 지역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왔다.

값 싼 전기와 냉각수 등 데이터센터에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춘 지역이 폭염과 가뭄에 취약한 곳들과 겹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페인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데이터센터가 쓰는 수자원을 두고 운영 기업과 지역 주민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가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의 탈라베라 데 라 레이나에 신설하는 데이터센터 사례를 제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타가 2029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는 데이터센터는 연간 6억6500만 리터의 물을 소비한다. 인구 수만 명의 중소도시 하나가 1년 동안 쓰는 물의 양이다.

스페인 시민단체 '당신의 클라우드가 우리의 강을 말라붙게 한다(Tu Nube Seca mi Rio)'는 대변인 오로라 고메즈를 통해 “사람들은 데이터센터가 클라우스 서비스를 돌리면서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을 소비하는지 잘 모른다”며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페인이 1년이 넘도록 극심한 가뭄을 겪으면서 수자원 소비량이 큰 데이터센터 건설을 우려하는 여론 또한 커지고 있다. 

탈라베라 데 라 레이나가 속한 카스티야 라 만차 주는 올해 가뭄으로 농업용수 사용이 제한돼 평년보다 곡물 수확량이 9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데이터센터가 완공된 이후에 가뭄이 발생하면 식량 생산에 쓰여야 할 물이 데이터센터에 사용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데이터센터가 전기 비용이 저렴한 곳에 설치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들 지역이 폭염과 가뭄에 취약한 지역과 겹친다고 분석했다. 

스페인 외에 이탈리아 칠레나 우루과이와 같은 남미 국가들 또한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는 와중에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물을 두고 지역 주민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는 컴퓨터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모아두고 24시간 내내 운영되는 시설이라 막대한 양의 전력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데 대량의 물이 소비된다. 

블룸버그는 시장조사기관 블루필드 리서치의 추정치를 인용해 전 세계의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물의 양을 합하면 하루에 10억 리터 이상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및 구글이 수자원을 재사용하는 등 노력을 병행하지만 실제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메타는 스페인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물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재사용을 통해 확보한다고 약속했지만 탈라베라 데 라 레이나 주민들 삶에 직접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며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이 수자원을 절약한다고 발표하지만 이는 서류상의 숫자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