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HMM을 올해 안에 매각하기 위한 관련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다만 비싼 매각 가격에 잠재적 인수자로 꼽히는 회사들도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어 강 회장의 매각 작업이 쉽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이 HMM 매각절차를 시작했으나 대어급 인수회사들의 무관심에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
21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8월21일까지 한 달 동안 HMM 경영권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제안서를 접수받은 후 최종입찰절차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강 회장은 그동안 HMM 매각에 자신감을 보여 왔다.
강 회장은 HMM이 산업은행에서 관리하고 있는 구조조정 기업들 가운데 이미 경영 정상화 궤도에 오른 회사이기 때문에 빠르게 매각하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한 달 전에 열린 6월20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매각자문사에서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인수의향을 태핑(접촉) 중이며 매각 작업이 차질 없이 수행된다면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도 가능하리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 회장의 기대와 달리 HMM 새 주인 후보로 물망에 오르는 회사들이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내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 CJ그룹, LX그룹 등을 HMM의 인수회사들로 꼽고 있다.
산업은행도 지난해 이들 기업들에게 인수 의사를 타진해본 것으로 전해지지만 몇몇 기업들은 이미 인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다.
잠재적 인수자로 여겨지는 한 회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인수할 자금이 너무나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서 누구도 쉽게 결정하기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우오현 삼라마이다스(SM)그룹 회장이 HMM 매각이 공식화되기 전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나타내고 있지만 SM그룹이 산업은행에서 만족할 만한 인수자일지 의문이다.
시장에서는 HMM보다 규모가 작은 SM그룹이 HMM의 인수를 노리는 상황을 두고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하고 KDB생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지주를 선택했는데 HMM 매각에서도 한화그룹이나 하나금융지주와 같은 규모의 대기업을 새 주인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강 회장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해운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고 자금 동원 및 경영 능력이 있는 주체가 인수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HMM 매각 성사를 위해 영구채 전환 문제를 인수자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조정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사진은 HMM 화물선. < HMM> |
이에 강 회장은 이번 매각 성사를 위해 영구채 전환 문제를 인수자에게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이 발행한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 모두 2조68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HMM의 매각 가격이 높아져 인수자의 가격 부담이 커진다.
산업은행은 20일 매각절차 개시를 알리면서 잔여 영구채를 단계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산업은행은 “잔여 영구채는 HMM의 상환권 행사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 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전환주식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인수자와 협의 아래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