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투자증권 실적과 가상화폐 업황이 커플링(동조화)되는 경향이 강해지는 가운데 한두희 대표이사 사장의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 마련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의 분위기에 따라 기업가치가 이미지화 되고 주가 변동성마저 커지면 중장기 고객 신뢰도 확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 실적 코인시장과 커플링, 한두희 사업다각화로 틀 깬다

한두희 대표이사 사장이 한화투자증권의 실적 반등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가상화폐 시장의 호황이 지원군이 되는 모양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 주식은 직전 거래일인 14일 7.38%로 큰 폭 상승한 채 마감했다.

14일 증권 업종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2.48%였는데 이를 크게 웃돈 것이다. 

가상화폐 가운데 하나인 리플이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미국 법원의 판례가 나오자 수혜를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17일 한화투자증권 주가는 증권 업종 전반이 약세를 보이며 1.08% 하락한 채 마감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을 증권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들과 법적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SEC가 가상화폐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가상화폐 시장이 얼어붙는 등 긴장감이 돌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법원이 판례에서 가상화폐를 증권이라고 인정해 버리면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할 것이다”며 “탈중앙 자체가 가상화폐의 존재 이유인데 증권으로 편입돼 중앙당국이 관리해 버리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 말했다.

그런데 13일(현지시각) 미국 남부법원은 리플이 증권에 해당한다는 SEC의 주장을 기각했다. 가상화폐가 증권의 성질을 지니는지에 대한 첫 판례로서 가상화폐 업계에 유리한 판결이다.

이에 14일 가상화폐 시장이 모처럼 열기를 띠었다. 판례가 나온 뒤 24시간 동안 전세계 가상화폐 시장의 시가총액이 4.52% 상승했다. 리플은 장중 가격 상승률이 50%를 넘겼으며 솔라나, 에이다, 폴리곤 등 알트코인의 가격도 20% 이상 높게 올랐다.

국내 증시에서도 ‘코인 수혜주’들이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가상화폐 거래소 업체들의 지분을 보유한 우리기술투자, 위지트 등 종목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올랐다.

한화투자증권도 코인 수혜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지분 5.96%를 보유해 우리기술투자에 이은 두나무 5대 주주다.

한화투자증권은 권희백 전 대표이사 시절인 2021년에 583억 원의 자금을 들여 보통주 206만9450주를 인수했다. 가상화폐 업계의 미래 잠재성을 내다보고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이다.

다만 가상화폐 시장 특성상 변동성이 커 한화투자증권의 두나무 지분가치도 크게 오르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이 주식을 매수할 당시 1조 원 수준이던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가상화폐 시장 열기에 힘입어 그해 말 10조 원 이상으로 올랐다. 한화투자증권은 이 당시 두나무 지분가치를 6514억 원으로 평가했는데 이에 한화투자증권의 2021년 말 연결기준 자본총액은 1조8702억 원으로 전년 대비 49.35%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2022년에는 글로벌 긴축기조, 루나 사태, FTX 사태 등을 겪으며 가상화폐 시장이 침체를 겪자 두나무 지분가치가 3348억 원으로 반토막났다. 한화투자증권의 2022년 말 자본총액도 1조5556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한화투자증권은 시가총액과 두나무 지분가치 양방향에서 가상화폐 업황과 일정 부분 ‘한 배’를 타게 됐다. 가상화폐 시장이 좋으면 한화투자증권의 시가총액이 오르고 두나무 지분가치도 오르나 시장이 하락세이면 그 반대가 되는 것이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에는 희소식들이 이어지고 있다. 10일(런던 현지시각) 스탠다드 차터드 은행이 비트코인의 목표가격을 기존 10만 달러(약 1억2666만 원)에서 12만 달러로 높였으며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최고경영자)도 14일(미국 현지시각) CNBC와 인터뷰서 “가상화폐는 앞으로 세계 최고의 화폐가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한화투자증권 실적 코인시장과 커플링, 한두희 사업다각화로 틀 깬다

▲ SEC가 패소한 판례가 가상화폐 시장에 이정표 역할을 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투자은행인 니덤앤컴퍼니의 존 토다로 연구원도 “이번 판결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코인 거래중개가 증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며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주식의 목표주가를 70달러에서 120달러로 71.43%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증권사인 한화투자증권의 입장에서 변동성 높은 가상화폐 시장 업황에 의존하게 되는 모양새는 부담일 수 있다. SEC는 가상화폐와 관련해 다른 소송들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판례와 정반대의 판례가 다른 재판에서 나와 가상화폐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

한 사장은 글로벌 사업 확대 등 수익원 다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순손익이 적자로 돌아선 한화투자증권에 올해 초 소방수로 부임한 한 사장은 실제 1분기 흑자전환을 이끄는 등 구원투수 역할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지 금융사를 인수해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하는 등 다양한 수익원 확보에 힘 쏟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약 165억 원을 들여 인도네시아 칩타다나 자산운용사 주식 80%를 사들일 것을 6월15일 결의했다. ADB(아시아개발은행)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4.85%, 내년 5.0%로 전망되는데 한화투자증권의 미래 시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IPO(기업공개) 성과 확대도 꾀하고 있다. 중소규모 IPO 주관과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한 상장 양방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초 티이엠씨 IPO로 10년 만에 단독 대표주관을 맡았으며 한화플러스 제4호스팩의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지난달 청구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