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통합 반도체 챔피언' 가능하다, 책 '2030 삼성전자 시나리오’ 제시

▲ 책 '2030 삼성전자 시나리오'는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에서 TSMC를 앞설 충분한 역량을 갖춰 나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도 1위를 거머쥘 수 있을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19년 4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 1위를 하겠다고 공언한지 4년여 세월이 흘렀다.

이 회장의 이런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를 넘어서야 한다.

책 ‘2030 삼성전자 시나리오’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TSMC를 넘어서기 위해 가야 할 길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짚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과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고객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의 속성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는 낸드플래시나 D램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 이외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통신반도체는 물론 다양한 센서와 전력관리에 쓰이는 반도체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TSMC는 이미 35년이 넘는 업력을 통해 글로벌 대형 고객사들의 입맛에 맞는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한 노하우가 있고 이들과 다년간 협력관계를 지속했다. 고객사들로서는 갑자기 위탁생산 업체를 바꾸는 리스크를 감내할 이유가 크지 않다. 그래서 책의 저자는 삼성전자에게 있어서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평가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후발주자로서 내놓을 비장의 카드 ‘초격차 기술력’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로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TSMC를 잡을 방법은 무엇일까.

책 ‘2030 삼성전자 시나리오’는 이 질문에 대한 해법을 담고 있다.

저자는 삼성전자 임직원의 피와 땀이 녹아든 ‘초격차 기술력’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짚는다.

이 책에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 진입 가능성을 엿본 시기는 2005년으로 소개된다.

2005년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는 별도의 사업부 체제가 아닌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포함돼 있던 작은 조직에 불과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미세공정 기술력은 TSMC와 비교해 3년 가까이 뒤쳐져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꾸준한 연구개발 끝에 얻은 기술력을 토대로 2016년 세계 최초로 10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면서 과감하게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겠다는 결정을 하게 된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22년, 삼성전자는 TSMC보다 앞서 새로운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방식을 도입하면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최첨단 공정인 3나노 양산에 성공했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는 반도체 구성요소인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이를 통제하는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이다. 

채널과 게이트 접촉면이 3면에 그치는 기존 ‘핀펫’ 방식보다 게이트의 통제력이 더 강화돼 전력을 적게 소모하고도 성능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누설전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대만 TSMC는 2023년 상반기 기준으로 3나노 공정에서 아직까지 기존 핀펫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데다가 수율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TSMC보다 어렵고 새로운 기술을 앞서 적용하면서 양산체제까지 먼저 나아갔다는 것은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첨단공정에선 TSMC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고객회사를 넓힐 기반을 다진 셈이다.
 
삼성전자 '통합 반도체 챔피언' 가능하다, 책 '2030 삼성전자 시나리오’ 제시

▲ 박세익 채슬리투자자문 대표는 '2030 삼성전자 시니라오'를 두고 "11만 삼성전자 임직원뿐만 아니라 600만 삼성전자 주주들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첨단 공정에서 우위에 선 삼성전자, 미래 전략은 ‘기술 동맹’

최근 증권업계와 반도체 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 수율에서 TSMC를 제쳤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삼성파운드리전’이라는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4나노 공정의 수율이 75%이상, 3나노는 60% 이상이라고 추정했다.

글로벌 IT매체 익스트림테크에 따르면 TSMC의 3나노 공정 수율은 아직까지 약 55%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책 ‘2030 삼성전자 시나리오’는 첨단공정에서 일부 우위를 차지하게 된 삼성전자가 나아갈 미래 전략으로 ‘기술동맹’에 주목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자사의 반도체 설계 기술과 노하우, 지식재산(IP)을 다른 반도체 설계기업들과 공유하고 대신 그들의 생산을 맡아 처리하는 경영전략을 구사할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설계에 경험이 많지 않은 기존 IT업체나 신생 기업들도 서버용 인공지능 반도체 등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상용화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SAFE(삼성 어드밴스드 파운드리 에코시스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사의 반도체 설계를 지원하고 생산까지 책임지는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저자는 삼성전자가 자체 반도체 설계 능력에 더해 파운드리 사업까지 영위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 정체성을 잘 활용하면 고객과 더 긴밀하게 협업해 사업저변을 크게 늘려 TSMC보다 앞서나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를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까지 아우르는 '통합 반도체 챔피언'으로 키울 가능성은 아직도 충분하다고 바라본다.

책 ‘2030 삼성전자 시나리오’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반도체 공정에 대한 용어부터 대내외적 환경과 역사까지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까지 갖출 수 있도록 인도한다.

‘2030 삼성전자 시나리오’의 저자인 김용원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경제팀 차장은 뉴욕대학교에서 미디어문화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비즈니스포스트에 입사한 뒤 삼성과 LG, SK그룹을 출입하면서 반도체와 전자산업 전문기자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글로벌 경제팀에서 해외시장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반도체, 전기차, IT분야의 글로벌 기업에 대한 다양한 분석 기사를 쓰고 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