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7-13 12: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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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거대 셀트리온’의 탄생이 가까워지고 있다. 셀트리온3사가 합병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셀트리온3사가 합병되면 이사회를 비롯한 경영구조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 차남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이 동시에 합병법인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 셀트리온3사 합병에 속도가 붙으면서 서정진 회장과 두 아들이 함께 이사회에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3사 합병은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자회사 셀트리온제약을 흡수합병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합병법인은 기존 셀트리온 이사회를 그대로 승계하거나 소멸법인의 주요 임원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합병법인 합류 여부가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 일하는 서준석 의장이다. 그가 이사회에 참여할 경우 서정진 회장과 그의 두 아들이 함께 한 회사를 관리하는 3인 체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서준석 의장이 합병법인 이사회에 선임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여러 시나리오를 상상할 수 있다. 먼저 서준석 의장을 선임하기 위해 전체 이사회 구성원을 늘리는 경우다.
셀트리온 정관을 살펴보면 회사의 이사는 3인 이상 10인 이내로 규정돼 있다. 사외이사가 전체 이사 수의 과반수가 돼야 한다.
이에 따라 현재 셀트리온 이사회는 전체 9명에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으로 나뉜다. 사내이사로는 공동 의장을 맡은 서정진 회장과 서진석 의장,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과 이혁재 경영지원부문장 전무가 포함된다.
여기에 서준석 의장이 추가된다고 가정하면 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5명이 돼 사외이사 과반수라는 조건을 어기게 된다. 즉 사내이사를 5명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사외이사도 최소한 6명을 채워야 하는 것이다.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 부회장 등 다른 중요 인물을 함께 선임하려면 또 구성원 한도를 더 늘릴 수밖에 없다.
합병법인이 굳이 기존 사내이사 4명체제를 유지하면서 서준석 의장을 선임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서정진 회장과 서진석 의장이 사내이사로 남아있으면서 서준석 의장이 이사회에 합류하면 서정진 회장과 아들들이 사내이사 4명 중 3명을 차지하게 된다. 이사회에서 서정진 회장 일가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이다. 이는 경영과 소유를 분리하겠다는 서정진 회장의 지론과 다소 거리가 있는 구도다. 서정진 회장과 서진석 의장 중 한 명이 내려오고 대신 서준석 의장이 들어가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 서정진 회장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왼쪽)과 차남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
물론 서준석 의장이 아예 합병법인의 이사회에 합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이때는 서진석 의장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강해진다.
서진석 의장은 셀트리온뿐 아니라 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스킨큐어에서도 등기이사로 일하고 있다. 합병법인에서마저 서준석 의장 없이 서정진 회장과 공동의장을 유지한다면 서정진 회장의 후계가 사실상 확정됐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어떤 식으로든 ‘서정진과 아들들’이 한꺼번에 합병법인 이사회에 참여하게 된다고 해도 이 체제가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그룹은 올해 3월 서정진 회장의 경영 복귀를 발표하면서 “한시적 복귀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정진 회장이 셀트리온3사 합병이나 신약개발기업 인수합병 등 중요 프로젝트를 마치고 다시 야인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그의 임기는 2025년 3월까지다.
셀트리온그룹은 사업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 3사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합병이 이뤄질 경우 단일 회사에서 의약품의 연구개발부터 마케팅 및 유통까지 한꺼번에 하게 되는 만큼 비용을 절감하고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에서는 셀트리온3사가 이르면 올해 안에 합병을 결정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셀트리온은 13일 공시를 통해 “현재 합병 주관사를 선정 완료하고 사업회사간 합병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합병 대상, 시기, 방법, 형태에 대해 최종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