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인공지능과 미래차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차세대 화합물 반도체인 질화갈륨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역량 강화에 힘을 쏟는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서 차세대 소재로 꼽히는 질화갈륨 반도체 분야에 시동을 건다.
질화갈륨 반도체는 기존 반도체보다 전력효율이 좋고 고주파 환경에서 활용이 가능해 인공지능과 미래차 시대에 빠르게 쓰임새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8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2025년 8인치 웨이퍼 질화갈륨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삼성전자가 8인치 질화갈륨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하려는 것은 우선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질화갈륨은 갈륨이라는 금속과 질소의 화합물을 의미한다. 이 화합물은 기존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과 비교해 전력손실이 덜 일어난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질화갈륨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보다 좋은 전력효율성을 지녀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쓰임새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반도체는 전기장치에 알맞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제품이다. 전기차 동력장치나 자율주행에 필요한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등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질화갈륨 전력반도체는 자율주행용 센서와 같은 무선통신과 전기차 충전 등에서 안정적 전력변환에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만큼 파운드리 선두 TSMC를 추격하는 삼성전자로서는 다양한 파운드리 고객사를 늘릴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TSMC는 2020년부터 질화갈륨 전력반도체 위탁생산에 발을 내디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무선통신칩 분야에서도 질화갈륨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을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차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더 높은 전력으로 구동되는 고주파 장비들을 확보해야 해 질화갈륨 전력반도체의 사용처는 더욱 확대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통신장비의 크기를 늘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높은 전력밀도로 인한 질화갈륨 전력반도체의 콤팩트한 사이즈는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공지능 산업이 성장하면서 대규모 연산을 수행해야 하는 서버 분야에서도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질화갈륨 전력반도체 사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질화갈륨 전력반도체를 적용한 전원변환 장치는 기존의 실리콘 반도체에 기반한 전원 변환과 비교해 효율성이 30% 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산업이 서버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환경정책적으로 서버가 집결한 데이터센터 전력효율성이 중요한 화두에 오름에 따라 질화갈륨 전력반도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융합연구정책센터는 산업보고서를 통해 “질화갈륨 반도체는 높은 전자 이동도 특성으로 인해 고효율 전원공급장치 분야에서 이점을 가진다”며 “여기에 탄소중립 이슈가 증대되는 상황에서 질화갈륨 반도체와 같은 차세대 전력반도체는 산업전반의 전력효율화 방안 마련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짚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질화갈륨 반도체 시장규모는 2018년 5억7천만 달러에 머물지만 해마다 두 자릿수 비율의 성장을 지속해 2029년에는 50억 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시대가 본격화되면 질화갈륨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전자가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되지는 않은 질화갈륨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에 힘을 쏟기로 한 것도 이런 점과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사내에 ‘전력반도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한 것도 질화갈륨 반도체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하려는 준비작업으로 해석된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질화갈륨 반도체는 무선 통신부문에서는 고출력 무선주파수 기기에 채택되고 있으며 자동차 분야에서는 고속 충전과 내부 전원변환장치에서 활용될 수 있어 성장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