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에코프로비엠이 하이니켈 양극재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지만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 등 굴지의 대기업 계열 양극재업체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다만 에코프로비엠은 남들보다 앞서 양극재사업에 뛰어들어 오랜 기간 기술력과 경험, 생산능력 등의 경쟁력을 축적하고 있다. 그룹 역량에서 객관적 우위에 있는 경쟁사들이 2030년까지는 에코프로비엠의 시장 지위를 넘보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에코프로비엠은 하이니켈 양극재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주자다.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 등 굴지의 대기업 계열 양극재업체들을 추격을 받고 있지만 당분간은 시장 지위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27일 배터리소재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시장 성장과 함께 핵심소재인 양극재 분야에서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이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향상시키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6월 하이니켈 단결정 양극재 양산을 시작했는데 7월부터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한다.
단결정 양극재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여러 금속을 하나의 입자로 만든 소재로 기존 다결정 양극재의 약점인 수명 저하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서 주목을 받았다. 금속 입자들을 작게 뭉쳐 만든 다결정 구조의 기존 양극재는 충전과 방전이 반복될수록 소재 사이 틈이 벌어지는데 이 틈에서 가스가 발생해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게 된다.
LG화학은 양극재 생산능력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국, 중국, 미국, 유럽의 글로벌 4각 생산체계를 갖추고 현재 12만 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2028년 47만 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 북미, 호주, 한국에서 화유코발트, 피드몬트리튬, 켐코 등 주요 기업들과 전구체 합작공장(JV)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리튬, 전구체 등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원료와 중간원료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양극재 생산능력 확대와 원료 공급망 확보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포스코퓨처엠과 제너럴모터스(GM)은 북미 양극재 합작사 얼티엄캠에 대한 2단계 투자를 통해 양극재공장 증설과 전구체 공장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포스코퓨처엠은 2단계 투자에 1조 원을 투입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비롯한 현지 공급망 구축 정책에 대응할 여력도 키운다.
포스코퓨처엠은 한국과 북미뿐 아니라 중국, 유럽 등에 글로벌 양산거점을 확대해 2023년 연산 10만5천 톤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61만 톤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2차전지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양극재가 점유하는 독보적 가치는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양극재 분야 역량 확대에 힘을 쏟고 있는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전기차 생산 원가에서 2차전지 비중은 약 45%로 알려져 있다. 2차전지 생산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양극재는 2차전지는 물론 전기차 밸류체인에서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양극재는 생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 만큼이나 기술적 진입장벽도 높은 분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양극재 업채들은 고객사와 관계에서도 높은 협상력을 지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률은 2023년 17%에서 2030년 56%, 2035년 88% 등으로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2차전지 양극재 수요도 따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양극재 시장 선두주자로 꼽히는 에코프로비엠으로서는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 등 막강한 그룹 역량을 지닌 경쟁자의 추격이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비엠이 사업보고서를 통해 인용한 SNE리서치의 양극재 공급업체별 판매규모를 보면 에코프로비엠은 2022년 기준으로 하이니켈 양극재 10만360톤을 출하해 생산량 기준 글로벌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LG화학은 7만8천 톤(4위), 엘앤에프는 6만 톤(8위), 포스코퓨처엠은 3만4500톤(13위)으로 집계됐다.
현재 2차전지시장이 성장 초기 국면이란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본격 개화하는 시점에서 대기업 계열 양극재업체들이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에프프로비엠을 추월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다.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이 소속돼 있는 LG그룹과 포스코그룹은 공정자산을 기준으로 재계 순위 4위와 5위에 놓여 있는 대기업집단이다.
게다가 LG그룹은 글로벌 선두권 셀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품고 있고 포스코그룹은 2차전지 핵심 원료인 리튬 확보 능력을 지닌 포스코홀딩스이 뒷받침하고 있다. 계열사 사이 시너지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배터리소재업계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양극재 특화업체로서 역량을 축적해온 만큼 대기업 계열 경쟁사라 하더라도 에코프로비엠의 경쟁력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만만치 않다.
우선 생산능력에서 에코프로비엠은 다른 경쟁사들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에코프로비엠의 양극재 생산능력은 지난해 기준으로 연산 18만 톤에 이르는 반면 LG화학은 9만 톤, 포스코퓨처엠은 10만5천 톤에 머물고 있다.
생산능력 확대 계획에서도 에코프로비엠이 앞서 가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7년 양극재 생산능력을 71만 톤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마련해 놓았다. 경쟁사들의 계획을 살펴보면 LG화학은 2028년 43만 톤, 포스코퓨처엠은 2030년 61만 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게다가 에코프로비엠의 생산능력 목표치는 상향 수정될 여지가 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은 2027년 목표를 2026년 조기 달성하고 2030년 생산능력이 100만 톤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현재 목표치에는 리튬인산철(LFP), NMx(코발트가 포함되지 않는 양극재), 미드니켈(OLO)과 같은 신규 소재는 반영돼 있지 않아 생산능력 추가 상향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양극재 분야에서만큼은 에코프로그룹의 공급망 역량이 유력 대기업집단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코프로그룹은 2022년 말 기준으로 공정자산 6조9400억 원을 보유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가운데 자산 순위 62위에 올랐다. LG그룹(171조 원)와 포스코그룹(132조 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에코프로그룹은 일찍부터 양극재 제조사인 에코프로비엠을 중심으로 전구체, 양극재, 리사이클링까지 2차전지 밸류체인 대부분의 단계를 내부적으로 구축하는 데 힘써왔다.
에코프로그룹은 에코프로비엠 외에도 에코프로이노베이션(리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전구체), 에코프로씨엔지(리사이클링) 등 경쟁력을 지닌 계열사를 통해 수직 계열화를 이루고 있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해외에서 저순도 탄산리튬을 들여와 고순도 수산화리튬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며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양극재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전구체를 생산한다. 폐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을 하는 에코프로씨엔지도 장기적으로 사업 전망이 밝은 것으로 평가된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현재 1만3천 톤의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022년 기준 2만4천 톤의 전구체를 생산하고 있다. 전구체는 니켈과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 광물을 가공해 제조한 양극재 중간원료로 양극재 원가에서 60%가량의 비중을 차지한다.
에코프로씨엔지는 폐배터리 리사이클을 통해 1만2천 톤 규모의 니켈 등 광물을 추출하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은 SK온, 중국 GEM 등과 새만금 산업단지에 전구체 5만 톤 합작공장 건설하기로 하며 전구체 확보 능력을 더 강화할 준비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의 니켈광산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를 하며 양극재의 핵심 원료 가운데 하나인 니켈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은 SK온과 포드의 합작사 블루오벌SK로부터 배터리 스크랩 리사이클 원료를 공급받아 전구체 생산라인을 건설할 계획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안회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은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탄산리튬-수산화리튬 전환,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전구체 사업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보조금 요건 충족뿐 아니라 이익 확대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