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4대 금융지주가 ‘얼굴’로 내세우는 광고모델을 보면 현재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고객 신뢰 회복이 절실할 때 중후한 이미지의 남자 배우를 발탁하는 경향이 강해지거나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떠올랐을 때 젊은 연령대의 배우나 아이돌 그룹을 광고모델로 발탁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 걸그룹 아이브(IVE)의 안유진씨가 최근 하나금융그룹의 새로운 얼굴이 됐다.
금융지주는 최근에는 광고모델로 젊은 여성 연예인을 적극 발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광고업계에서는 금융지주들이 젊은 이미지를 끌어내고 동시에 신뢰도도 높이기 위해 젊은 여성 연예인을 발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바라본다.
26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최근 걸그룹 아이브(IVE)의 안유진씨를 새 광고모델로 선정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앞서 5월 배우 이도현씨를 새 광고모델로 선택했는데 한 달여 만에 추가로 모델을 뽑은 것이다.
하나금융지주는 광고모델마다 강조할 수 있는 이미지가 다르고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고객층도 다른 만큼 축구선수 손흥민씨에 더해 배우 이도현씨, 걸그룹 멤버 안유진씨 등을 광고모델로 추가로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최근에 발탁한 안유진씨는 하나금융지주의 광고모델 가운데 특히 여성 및 MZ세대와 접점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안씨는 하나금융그룹의 해외여행 플랫폼 ‘트래블로그(Travlog)’ 광고영상을 가장 먼저 찍는데 트래블로그는 20~30대 여성들의 이용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배우 이도현씨는 남자 배우로써 정직하고 신뢰, 성실한 이미지가 있고 안유진씨는 걸그룹으로써 산뜻하고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가 있다”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안유진씨는 아무래도 아이돌 가수다 보니 MZ세대에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KB금융지주는 전 피겨선수 김연아씨와 배우 박은빈씨를 광고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김연아씨는 2006년부터 올해로 벌써 18년째 KB금융지주와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이전에 김연아씨와 이승기씨를 광고모델로 두고 있었는데 보다 젊은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박은빈씨를 새로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이승기씨는 지난해 말 광고 계약이 끝났다.
KB금융지주는 올해 3월 박은빈씨와 모델 계약을 맺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4월부터 가수 아이유씨를 광고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현재 광고모델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 대신 ‘금융으로 세상을 이롭게’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천 사례 중심의 스토리텔링 광고 등을 제작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젊은 여성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발탁하면 일단 금융회사의 보수적 이미지를 벗고 미래의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는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 배우 박은빈씨는 올해 3월부터 KB금융그룹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당장 우리금융지주만 해도 우리은행의 모바일앱 월간활성이용자 수(MAU) 증가 등에서 ‘아이유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금융권은 평가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모바일앱인 ‘우리WON뱅킹’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2021년 말 564만 명에서 2022년 말 732만 명으로 200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아이유씨나 안유진씨, 박은빈씨 등 금융지주 광고모델은 모두 ‘젊은 여성 연예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금융지주들은 먼저 이들이 젊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광고모델이 젊어지면 아무래도 금융회사의 보수적 이미지를 벗고 미래의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는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
금융지주들은 최근 젊은세대들이 기존 전통은행보다 토스뱅크나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더 익숙해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젊은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광고모델들이 각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과 오랜 동안 별 탈 없이 활동을 이어왔다는 점, 여성 연예인의 위상 자체가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는 점 등도 광고모델 기용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광고모델들의 이런 특징들은 금융회사에게 가장 중요한 신뢰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KB금융지주는 올해 3월 박은빈씨를 광고모델로 발탁하면서 “박은빈씨의 ‘전문성’과 ‘진정성’이 세상을 바꾸는 금융을 실현하기 위한 그룹의 핵심 가치에 부합한다고 보고 모델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