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계열사 상장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표그룹은 지난해 인수한 동양시멘트를 제외하면 상장 계열사가 없었는데 상장을 통해 시장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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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
4일 삼표그룹에 따르면 정도원 회장은 그룹 계열사의 기업공개 방식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삼표그룹이 계열사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주회사 삼표의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기업공개주간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증권사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으면서 삼표 대신 삼표피앤씨와 삼표이앤씨, 삼표산업 등 3곳을 기업공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삼표그룹 관계자는 “아직 기업공개 구조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며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삼표그룹은 계열사 3곳을 기업공개하는 방안뿐 아니라 2곳을 합병한 뒤에 기업공개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삼표그룹은 지난해 자산 기준 2조7천억 원 규모의 중견그룹이다. 1966년 설립돼 50년 동안 건설기초소재와 철도공사, 물류와 SI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며 성장했다..
그러나 그룹 규모에 비해 밖으로 알려진 바가 많이 없어 은둔의 기업이라는 말이 많았다. 계열사 가운데 상장사가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표그룹이 동양시멘트 인수에 성공하면서 삼표그룹은 집중 조명을 받게 됐다. 삼표그룹은 시가의 2배에 이르는 인수금액을 제시해 시장을 놀라게 했고 코스닥 상장사인 동양시멘트를 품에 안았다. 동양시멘트는 삼표그룹의 첫 상장계열사가 됐다.
정 회장은 여전히 기업공개에 적극적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업공개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정 회장이 크게 의지를 보이지 않는 대목과 무관치 않다.
이번에 삼표그룹 계열사의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것은 동양시멘트 인수 이후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높아진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표는 동양시멘트 인수로 부채비율이 2014년 말 15.27%에서 89.69%로 크게 늘었다.
이에 대해 삼표그룹 관계자는 “인수한 동양시멘트 실적이 나쁘지 않은데다가 부채비율도 여전히 100%에 못 미쳐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공개는 내년 이후 건설경기 둔화 가능성이 있어 미리 대비하려는 차원”이라며 “현재 신사업 투자도 늘어나고 있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표그룹이 레미콘업계 경쟁자인 유진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동양 지분을 늘리는 데 기업공개 자금을 활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유진기업은 동양의 적대적 인수를 위해 지분을 27.5%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삼표그룹 관계자는 “동양은 이미 유진기업이 인수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어 현재 삼표가 보유한 지분으로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며 “동양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투자 차원이지 경쟁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삼표그룹은 동양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7월27일 정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동양 지분 전량을 삼표기초소재와 삼표산업, 삼표피앤씨, 삼표이앤씨 등에게 넘겼다.
삼표그룹이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쪽으로 변하는 것은 경영승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 회장이 70세로 많은 나이이고 아들 정대현 동양시멘트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정대현 부사장은 동양시멘트 인수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