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LB(에이치엘비)그룹이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상업화를 추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약품 유형(모달리티)을 다변화해 질병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활발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HLB그룹 ‘모달리티 확대’ 가속, 세포치료제 대마에 마이크로바이옴까지

▲ HLB그룹이 다양한 모달리티 발굴을 토대로 바이오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HLB그룹은 세포치료제부터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집합)까지 여러 방면의 모달리티 개척을 모색하고 있다.

세포치료제를 보면 미국 계열사 베리스모테라퓨틱스를 중심으로 차세대 키메릭항원수용체-T세포(CAR-T)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CAR-T 치료제는 환자 몸에 있는 면역세포(T세포)에 인위적으로 항원수용체를 장착한 뒤 다시 투여하는 치료제를 말한다. 항원수용체의 도움을 받는 T세포는 특정 암세포를 찾아내고 이를 공격해 암을 치료한다.

기존 CAR-T 치료제는 대체로 혈액암에만 효과를 보인다는 단점이 있었다. 베리스모테라퓨틱스는 플랫폼기술 ‘KIR-CAR-T’를 기반으로 고형암도 공략할 수 있는 후보물질들을 선보였다. 난소암과 중피종, 담관암 등을 치료하는 후보물질 ‘SynKIR-110’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1상을 허가받아 가장 먼저 임상 단계에 진입하게 됐다. 

베리스모테라퓨틱스의 기술은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기대를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베리스모는 2월 해외 펀드 이그나이트이노베이션으로부터 700만 달러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HLB그룹 자체적으로도 신규 계열사 HLB이노베이션(옛 피에스엠씨)을 통해 베리스모테라퓨틱스의 세포치료제 개발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HLB생명과학은 의료용 대마 분야도 개척하고 있다. 대마 성분 가운데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칸나비디올(CBD)을 활용해 뇌전증과 암 등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도입이 제한돼 약가가 높은 의료용 대마를 상용화함으로써 경제적 이득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HLB생명과학은 기대하고 있다.

HLB생명과학은 의료용 대마 개발을 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출자기업 네오켄바이오와 손을 잡았다. 네오켄바이오는 의료용 대마 성분을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HLB생명과학 이외에 HLB제약, HLB바이오스텝을 비롯한 다른 HLB그룹 계열사들도 투자회사 HLB인베스트먼트 주관 펀드를 통해 네오켄바이오에 투자함으로써 의료용 대마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다. 

HLB사이언스의 주력 의약품은 패혈증을 치료하는 펩타이드(단백질 조각) 의약품 ‘DD-S052P’이다.

패혈증은 몸에 침입한 세균 등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과도한 면역반응이 일어나 신체가 손상되는 병이다. 항생제로 세균을 제거하는 치료법이 주로 사용되는데 이 경우에는 세균을 없애더라도 세균이 지니고 있던 독소가 없어지지 않아 면역반응을 완전히 억제하기 어렵다.

DD-S052P는 패혈증을 일으키는 세균을 제거할뿐 아니라 세균 독소까지 중화하는 방식으로 병을 치료한다. 현재 프랑스에서 임상1상이 진행되고 있다.

HLB사이언스는 패혈증 공략에 더해 최근에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도 발을 들였다. 국내 기업 노드큐어와 협업해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체내 미생물을 질병 치료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치료제보다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 덕분에 차세대 치료제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승인 사례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이 넓어지고 있기도 하다.

HLB그룹은 이런 다양한 모달리티 확보를 통해 ‘제2의 리보세라닙’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보세라닙은 화학합성의약품으로 암세포의 혈관 생성을 막아 암 성장을 차단하는 효능을 지녔다. 중국에서 이미 간암, 위암 등의 치료제로 판매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허가절차에 들어갔다. HLB는 5월 FDA에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을 간암 1차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한 신약허가신청을 제출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