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올해 상반기 유럽, 중국 등 주요 해외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판매증가율을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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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이에 따라 기아차가 ‘현대차의 서자' 브랜드라는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상반기에 모두 404만3415대를 판매했는데 이 가운데 86%에 해당하는 347만8217대를 해외시장에서 팔았다고 20일 밝혔다.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해외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5.9% 증가했다. 반면 국내 판매량(56만5198대)은 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기록이다. 현대기아차가 이런 기록을 세우는 데 기아차의 공이 컸다. 기아차는 해외시장에서 현대차보다 높은 판매증가율을 보이면서 현대기아차의 판매 증가세를 이끌었다.
유럽시장에서 기아차와 현대차의 성장률은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기아차가 상반기 유럽시장에서 5.5%의 성장률을 보인 반면 현대차는 마이너스 성장률(-2.4%)을 보였다. 기아차는 18만5882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2.7%대를 유지했다. 현대차는 21만9617대를 파는 데 그쳤고 시장점유율은 0.2% 포인트 감소한 3.2%였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상반기에 유럽에 선보일 신차가 없어 어느 정도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기아아차의 경우는 스포티지R과 씨드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현대차도 하반기 신형 i20를 출시하면 판매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해외시장인 중국에서도 기아차의 판매증가율이 현대차를 앞질렀다. 현대기아차는 상반기 중국시장에서 지난해 상반기보다 9.7% 많은 86만3685대를 팔았다. 기아차가 12.4%, 현대차가 8.2%의 증가율을 보여 기아차가 시장확대를 주도했다.
미국시장에서도 기아차 증가율(3.0%)이 현대차 증가율(0.9%)을 앞섰다. 기아차와 현대차는 올 상반기 미국시장에서 각각 29만7413대, 36만4434대씩을 팔았다.
다만 내수시장에서 현대차는 판매성장률에서 기아차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내수시장에서 현대차는 전년동기보다 6.4% 증가한 34만6434대를, 기아차는 3.4% 감소한 21만8754대를 각각 팔았다.
판매량 면에서 현대차가 기아차를 여전히 앞서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해외시장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해외시장에서 기아차의 증가율이 현대차를 앞지르고 있어 기아차가 조만간 현대차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아차는 해외 생산능력 확대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기아차는 현재 중국 현지기업인 열달기차와 합작해 중국 내 세 번째 공장을 짓고 있다. 또 연산 30만 대 생산능력을 갖춘 멕시코 공장 신설을 위해 이달 말 현지 주정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멕시코 누에보레온주의 로드리고 메디나 주지사가 지난 17일 한국을 방문해 정 회장과 면담을 하기도 했다. 메디나 주지사는 기아차 공장을 누에보레온주에 유치하기 위해 주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설명했고 정 회장은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대차는 해외 생산능력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간 30만 대 생산능력을 갖춘 중국 3공장 건립은 몇 달째 미뤄지고 있다. 현대차는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