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6-08 14: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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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철강포럼이 6월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수소환원제철 대전환 토론회에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1973년 9월 포항제철 용광로에 쇳물을 부은 지 50년이 된 지금, 철강 산업에 쏟아 부은 노력을 새로운 영생으로 거듭나게 할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의 철강 산업이 미래에도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소환원제철’ 기술달성을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함으로써 탄소배출량을 제로(0)에 가깝게 줄이는 기술인 ‘수소환원제철’ 달성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맞댔다.
국회철강포럼 주최로 8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에서 열린 열린 '탄소중립시대 수소환원제철로의 대전환 토론회’가 무대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국내 대표적 철강기업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관계자들을 포함한 참석자들은 수소환원제철 기술달성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국제무역의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기업관계자들은 수소환원제철 달성 뿐 아니라 철강기업이 탄소중립이 강화되고 있는 세계적 흐름에 대응하는 데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정부와 국회는 철강기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은 기조발언을 통해 철강산업의 탄소배출량 감축 없이 탄소중립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수소환원제철 기술 달성의 중요성을 짚었다.
김 위원장은 “산업부분 배출량의 40%, 1억 톤 가량을 철강이 차지하고 있다”며 “철강산업의 탄소중립은 국가적 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방안으로 고철활용 등 여러 가지가 제시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수소환원제철기술이 궁극적으로 가장 유망한 전략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포스코, 현대제철 관계자들은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탄소배출량 감축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의 노력만큼 따라주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 수소환원제철에 참석한 토론자들의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김희 포스코 상무는 “고객사들의 탄소중립 요구가 강화되고 있는데 그 시점이 2026~2030년”라며 “고객사들의 요청으로 순환제철을 공급하고 있지만 2026년 이후에는 고객사들의 파격적 요구를 맞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독일(2025년까지 68조 원)이나 프랑스(2030년까지 41조 원)는 물론 일본도 대규모 탄소중립 예산을 배정해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 정부의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김희 상무는 “포스코가 탄소배출량 감축 기술을 적용하는 제철소 설립에 관해 8천억 원의 예산지원을 요청했는데 새발의 피인 126억 원 정도 금액을 받았다”며 “기업은 오히려 발빠르게 대처해 나가고 있는데 정부부처는 얼만큼 실감하고 있는지 아쉽다”고 말했다.
김용희 현대제철 상무는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기 위해서 기업이 기술적 어려움에 더해 ‘기존 설비의 폐쇄’라는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만큼 중장기적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김용희 상무는 “수소환원제철 전환은 피할 수 없지만 기술개발은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수소환원제철 외에 2030년이나 2040년 등 중기적으로 철강기업의 실현 가능한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세우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녹색철강(Green Steel) 관련 국제기준 대응 △국내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한 제도체계 마련 등을 요청했다.
정부 관계자로 토론회에 참석한 오충종 산업통상자원부 철강세라믹 과장은 기업들의 요청사항을 수렴해 예산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오 과장은 “포스코 지원예산액이 부족했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기업의 목소리를 최대한 듣고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철강 기업의 탄소중립 지원에 관한 정부의 현실적 고민도 털어놨다.
오 과장은 “일본은 국채를 발행해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기업에 직접 지원하기 보다는 기업이 투자하는 데 지원하는 ‘세제지원’ 방식이 좀 더 현실적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력부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문제도 전력운용의 안정성을 고려해야 해 매우 깊은 고민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당위성’이 아닌 ‘사업성’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와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쌀 수요량은 늘지 않지만 그 안에서 고급 쌀 품종 수요는 증가하듯 녹색철강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량에 비해 공급량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인진 보스턴컨설팅그룹 대표파트너는 “국내 기업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당위성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위기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며 “글로벌 기업들과 워크숍을 해보면 오히려 기회로 여기고 들떠있는 분위기인데 이는 기후변화 대응을 사업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수소환원제철 기술달성을 강조하던 분위기에서 냉철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대응에 관한 성찰을 담은 ‘착한자본의 탄생’의 저자 김경식 ESG 네트워크 대표 겸 고철연구소장은 수소환원제철의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으면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어도 엔지니어링이 못 받쳐 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는 기초적 엔지니어링 기반이 없는데 (기업들이) 정부한테 돈만 달라고 해서 되겠는지 생각해봐야한다”고 꼬집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유럽의 철강 산업 현장을 둘러보며 탄소대응을 준비하는데 있어 우리가 뒤쳐졌다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국회철강포럼이라는 국회 내 연구단체를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철강포럼은 제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철강 산업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있는 국회의원 연구모임이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과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으며 두 의원을 포함해 여야 의원 19명이 소속돼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