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과 갈등이 계속 심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미국과 혈맹이지만 중국을 경제적으로 아예 무시하기도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대한민국은 과연 이런 지정학적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희토류는 중국이 우리나라에게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대한 우려가 산업 전반에 팽배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조금 더 깊게 펼치기 위해서는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또 그동안 중국이 어떻게 희토류를 이용해왔고 다른나라는 어떻게 대응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1992년 당시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이 중국 장시성을 시찰하면서 남긴 말이다. 중국이 희토류의 무기화 가능성에 처음 주목한 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기도 하다.
임상범 국제관계학 박사가 한국세계지역학회에 게재한 “중국 희토류 무기화와 미얀마 군부 쿠데타의 관계 고찰”이라는 논문은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덩샤오핑은 텐안먼 사건으로 잠시 주춤했던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을 다시금 확인하고 추진력을 북돋았던 1992년 1월 남순강화 당시 장시성을 방문해 희토류에 관해 언급했다. 그리고 같은 해 중국 국무원은 바오터우시에 ‘희토고신기술산업개발구(稀土高新技術産業開發區)’을 설립하고 본격적 희토류 응용분야 연구에 나섰다.
덩샤오핑의 뒤를 이은 장쩌민 국가주석은 1999년 3월 바오터우시를 방문해 “희토류를 중국의 경제적 우위 수단으로 적극 전환시켜야한다”며 희토류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중국이 희토류라는 칼날을 외교 무대에서 휘두른 건 언제가 처음일까? 바로 2010년 발생한 센카쿠열도(다오위다오) 분쟁이다.
센카쿠열도는 일본과 중국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지역이다. 일본은 센카쿠열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다.
2010년 9월, 일본의 해상보안청 순시선은 센카쿠열도 주변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고 중국인 어부를 구속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하며 그동안 열심히 날카롭게 갈아왔던 칼을 꺼내들었다. 바로 희토류다.
중국은 어부의 석방을 요구하며 일본으로 희토류 수출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희토류 공급이 끊기자 일본은 단 3일만에 구속하고 있던 중국인 어부를 풀어줬다. 중국 정부의 압박에 일본이 굴복한 셈이다. 희토류 무기화가 얼마나 강력한 효과가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중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마치 희토류 무기화의 위력을 자랑이라도 하듯 희토류 수출 쿼터를 40% 가까이 감소시켰다. 그 결과 국제 희토류 가격은 쿼터를 감소하기 직전보다 무려 16배 상승했다.
중국은 10년 후인 2020년에도 희토류 카드를 만지작거린 적이 있다. 2010년과 다르게 실제로 수출을 금지하는 사태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시작하자 중국은 즉시 ‘수출통제법’을 만들어 언제라도 희토류를 무기화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수출통제법은 국가의 이익과 관련된 물품의 수출을 국가가 통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희토류 등 중요 자원들을 무기화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중국은 2021년 중국 국내의 희토류 기업 3개를 합쳐 하나의 거대한 관영회사로 만들기도 했다. 사실상 중국 정부가 희토류의 공급을 관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최근 수출금지 및 제한기술 목록에 희토류 추출·분리 공정 기술, 희토류 금속 및 합금 재료의 생산 기술, 사마륨코발트·네오디뮴철붕소·세륨 자성체 제조 기술, 희토류 붕산산소칼슘 제조 기술 등을 넣는 등 희토류 무기화를 향한 길을 확실하게 닦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시계를 2010년,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열도 분쟁 당시로 돌려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센카쿠열도 분쟁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 일본은 분명 단기적으로 중국에게 굴복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 일을 계기로 희토류 탈중국을 시도했고, 지금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희토류 조달처를 다양화하고 대체 기술 등 유관기술 개발에 총력을 다했다. 희토류 수입국을 중국 중심에서 호주 등으로 다원화했으며 토요타는 네오디뮴 사용량을 반으로 줄이고 고온에서도 자력이 손상되지 않는 신형 자석을 개발하기도 했다.
토요타뿐만이 아니다. 미쓰비시 머티리얼즈는 2016년 생활가전에서 나오는 모터에서 네오디뮴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공동개발사인 마크코퍼레이션은 자석 회수 사업을 시작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일본은 희토류 수입에서 중국 비중을 2010년 85%에서 2014년에는 59.6%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또한 센가쿠열도 분쟁 이후 일본과 미국, EU는 중국의 희토류 금수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해 승소를 이끌어 내기도 했디.
그렇다면 우리가 2010년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최대한 빨리 희토류 탈중국을 이뤄내고, 외교전을 통해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것일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한쪽 면만 보는 일이기도 하다. 센카쿠열도 분쟁을 볼 때는 반드시 장기와 단기 전략을 나눠서 봐야한다.
일본은 장기적으로는 희토류 탈중국이라는 목표를 어느정도 이뤄냈지만, 단기적으로는 명백하게 중국에게 허리를 굽혔다. 어떻게보면 ‘굴욕적’으로 보일지도 모르는 방법을 통해, 장기적으로 실리를 취할 수 있는 시간을 얻어낸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물론 국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에는 당연히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지만 중국의 희토류가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필요한 상황에서, 굳이 중국을 자극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일 수도 있다. 탈중국에는 분명히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9년 발생한 한일 무역분쟁에서도 우리는 비슷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2019년 한일 무역분쟁은 분명히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반도체 소재장비부품 독립을 이뤄내는 결과를 불러왔지만 짧은 시간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분명히 피해를 보기도 했다. 만약 우리에게 2~3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면 큰 피해를 보지 않고도 소재부품장비 독립을 얻어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주 약간의 시간이다. 중국 역시 미국과 이미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드시 우리나라와 강대강으로 맞설 필요도 없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희토류 탈중국, 나아가 탈희토류라는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아주 잠깐의 시간을 벌어오는 것, 어떻게 보면 그 것이 ‘외교의 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종민 포스코 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 희토류 자원무기화, 그 위력과 한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은 중국 외 희토류 생산 가동 및 대체 기술개발을 촉진해 중국 입장에서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며 “희토류는 전기자동차, 정밀기기의 소형화 및 에너지 절약 기술에 필수 소재인만큼 국가 차원에서 희토류 리사이클 기술 및 대체재 기술개발을 전략적으로 수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휘종 기자
소부장 독립에 성공 했다고요? 반도체 업계 종사잡니다. 독립은 자위고요 실제는 의존도 거의 변화 없습니다. 일본 소재 일본기업으로부터의 수입이 해외 소재 일본기업으로 바뀌어서 대일본 수입량이 줄었을 뿐입니다. 그냥 쑈라고 보시면 됩니다. (2023-06-10 01:13:33)
그래서 결론이 뭐라는건가? 일본에게서 한수 배우라는건가? 아니면 단기간 중국에 납작 엎드리고 시간을 벌어서 자원무기화를 막아내라는 소리인가? 아니면 계속 중국에 기대어 편하게 가자는건가? 뭔가 중대한 이야기를 하는것같긴한데 핵심이 뭔지 빙빙 돌리는건 우슨 이유인지? (2023-06-09 17:23:36)
중국 수입품목은 중요하지만, 중국은 시진핑이 사실상 독재를 공고하게 하면서정보를 통제하는 일에 주력하고있고 경제적으로도 안좋은 상황이다. 누구든 늙고 병들고 죽기 마련인데 중국 붕괴 시나리오나 다음 정권 세습 시나리오도 미리 대응책을 갖출 필요가 있다. 지금은 중국을 협력자 정도로 생각하는게 좋다. (2023-06-09 13: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