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인수합병(M&A) 본능이 다시 살아나는 것일까.
CJ그룹이 한국맥도날드에 이어 동양매직 인수전에 나서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경영부재 상황에서 내실은 다졌으나 성장동력 확보는 부족했는데 이를 만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이 광복절 특사에 포함되느냐 여부가 CJ그룹의 인수합병 재가동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 CJ그룹, 인수합병 재가동
CJ그룹의 지주사인 CJ는 1일 “동양매직 인수와 관련해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CJ그룹이 동양매직 인수 추진설을 시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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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 CJ그룹 회장. |
CJ가 동양매직 인수를 놓고 의지가 강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CJ그룹은 최근 수년간 오너의 부재로 투자와 외형성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에 대해 모두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며 동양매직도 유력한 인수대상의 하나”라고 말했다.
렌탈사업의 성장성과 TV홈쇼핑(CJ오쇼핑)과 시너지를 고려해 CJ그룹이 생활가전기업 인수에 나서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CJ그룹은 지난해 코웨이 인수전에도 참여했지만 막판에 발을 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코웨이의 몸값은 3조원으로 비교적 높았지만 동양매직 매각가격은 5천억 원 안팎으로 추산돼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매직 매각주간사인 NH투자증권에 따르면 CJ그룹 외에 사모펀드인 IMM,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칼라일, CVC캐피탈 등도 동양매직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양매직은 가스기기, 정수기와 같은 생활가전 제품을 제조.판매하고 렌털사업도 한다.
동양매직은 2014년 매출 3544억 원, 순이익 10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매출 390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늘었고 순이익은 176억 원으로 1660% 급증했다.
NH투자증권은 8월 11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하고 예비입찰을 실시기로 했다. 이를 통해 4~5곳의 인수후보를 걸러내고 예비실사를 진행한 뒤 9월 추석 전후 본입찰을 치를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은 한국맥도날드 인수전에도 나서고 있다.
CJ그룹은 6월 말 맥도날드의 매각주간사인 모건스탠리에 맥도날도 한국법인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인수 대상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맥도날드 본사는 인수후보들에게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의 단독참여를 배제한다는 내용을 알린 바 있는데 이는 뚜레쥬르, 빕스 등 외식브랜드를 오랫동안 운영해온 CJ그룹에 유리한 조건이다.
관건은 가격인데 CJ그룹은 한국맥도날드 인수가격으로 3천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본사가 희망하는 5천억 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 CJ그룹, 오너 부재로 M&A 실패
CJ그룹은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까지 10여건의 대형 인수합병(M&A)에서 실패를 경험했다.
CJ그룹은 지난해 동부팜한농, 동부익스프레스, 대우로지스틱스, 티켓몬스터 등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막판에 모두 물러났다. CJ제일제당은 중국 라이신 생산업체 메이성화우 인수를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최근에는 CJ헬로비전을 SK텔레콤에 매각하려던 계획도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 불허’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다.
CJ그룹의 이런 실패를 놓고 이재현 회장의 장기부재에 따른 전문경영인체제의 한계라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구속되기 전인 2012년에 2조9천억 원을 투자예산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구속으로 그룹의 투자는 점차 축소됐는데 2013년 2조5600억 원, 2014년 1조9천억 원으로 줄어들다 지난해는 아예 투자계획을 내놓지도 못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아무래도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줄 오너가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수합병과 같은 중장기 전략 수립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은 최근 대법원에 재상고 포기의향서를 냈다. 광복절 특사를 의식한 조치라는 말도 있지만 CJ그룹 측은 “사람을 먼저 살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재판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이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경우 병세가 좋지 않아 사면이 되더라도 당장 경영일선에 복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하지만 이 회장의 사면을 계기로 CJ그룹이 다시 활발한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