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TSMC에 파운드리 의존을 낮추고 삼성전자와 인텔에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
[비즈니스포스트]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은 엔비디아가 대만 TSMC에 반도체 파운드리를 크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생산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와 인텔의 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을 활용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삼성전자의 첨단 반도체 수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31일 타이페이타임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전 세계 공급망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반도체 수급처를 다변화하겠다는 방침을 두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대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급망 안정성을 갖추는 일은 엔비디아에 매우 중요하다”며 “수많은 고객사들이 우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챗GPT의 등장이 불러온 인공지능 열풍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전 세계 IT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슈퍼컴퓨터와 데이터서버 분야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엔비디아의 A100과 H100 등 인공지능 반도체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 제품은 모두 TSMC 파운드리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생산공장이 모두 대만에 위치하고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는 삼성전자를 통해서도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으며 인텔 파운드리를 활용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TSMC에 파운드리 의존을 점진적으로 낮춰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셈이다.
그는 엔비디아가 반도체 공급망을 최대한 다변화하려는 목표를 두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인텔을 대상으로 파운드리 협력을 확대하는 데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첨단 미세공정을 활용하는 고사양 반도체도 앞으로는 TSMC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인텔에 위탁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꾸준히 엔비디아를 파운드리 고객사로 유지해 왔지만 최신 그래픽카드용 GPU나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은 주력상품 생산을 수주한 사례는 상대적으로 적다.
TSMC가 삼성전자보다 훨씬 오랜 기간에 걸쳐 엔비디아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젠슨 황 CEO가 엔비디아의 반도체 수급처 다변화를 강조한 점은 앞으로 출시되는 고사양 반도체 신제품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길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젠슨 황은 이미 엔비디아가 인텔의 차기 파운드리 공정에서 반도체 시범생산을 진행했다며 “결과가 꽤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 엔비디아가 위탁생산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기존 주력업체인 TSMC뿐 아니라 새로 파운드리사업에 뛰어드는 인텔도 만만찮은 경쟁상대로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당분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에 비춰본다면 삼성전자도 충분히 일부 물량을 수주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인공지능 시장 성장과 관련한 기대감을 반영해 전날보다 3% 상승하며 장을 마쳤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주가가 약 180% 뛰어올랐다.
젠슨 황은 “인공지능 기술은 제품이나 서비스 형태로 출시되어야 비로소 인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유통과 금융,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을 발전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