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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제2롯데월드 임시개장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공든 탑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속수무책이다.
서울시는 17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잠실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신청을 보류하고 보완사항을 롯데그룹에 통보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지난 달 9일 저층부 3동의 임시사용 승인 신청서를 서울시에 냈다.
서울시는 이에 앞서 시민자문단을 구성해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개장에 따른 교통대책, 공사장 안전대책, 피난방재 대책이 미비한 점이 드러났다는 결론을 냈다.
서울시는 잠실역 주변 교통체계개선사업, 택시정류소와 관광버스 승하차 공간 확보공사를 임시사용 승인 전까지 마치고 교통량 감축방안과 공사차량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롯데그룹에 통보했다. 탄천변 동쪽 도로와 잠실대교 남단 올림픽대로 접속도로 공사지연 때문에 증가한 교통량을 분산시킬 방안에 대한 자료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서울시는 또 초고층 타워동 공사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롯데그룹은 공사안전구역 확보와 낙하물 흩어짐 방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서울시는 이런 대책에 시뮬레이션 검증이 필요하다고 롯데그룹에 통보했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피난방재 대책과 관련해 재난에 대비한 실제훈련, 종합방재실 운영능력 강화, 화재 정전 붕괴 테러 지진 풍수해 등 재난유형에 따른 대응지침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진희선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관계부서 및 시민자문단과 면밀한 검토 후에 내린 결정”이라며 “롯데가 미비사항을 보완해 임시사용 승인을 제출하면 자문단 등과 함께 다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완 기한에 대해 “롯데의 의지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확답을 피했다.
롯데그룹은 서울시의 보완통보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적된 보완 사항에 대해 상당부분 조치가 완료됐다”면서도 “통보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 미비한 사항을 보완한 후 바로 임시사용승인을 재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내부에서 서울시가 보완기한을 정해두지 않은 데 대해 임시개장이 무기한 연기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제2롯데월드와 주변 석촌호수 수위저하의 관련성을 조사 중이며 결과는 내년 4월 발표된다.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서울시가 결과발표 이후로 임시개장 승인을 미룰 가능성이 커졌다.
조사결과에 따라 임시개장은 물론 제2롯데월드 완공 자체가 물 건너갈 가능성도 있다. 시민자문단은 “석촌호수 수위저하 등 사회적 논란이 많고 임시개장 때 하루 수십만 명이 이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제2롯데월드 임시개장 무산으로 엎친데 덮친 격의 상황을 맞게 됐다.
올해 초 ‘신동빈 사람’인 신헌 전 롯데쇼핑 사장과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잇따라 납품비리에 연루됐다. 신 회장이 “어떤 수를 써서든 인수하라”라고 지시한 LIG손해보험을 놓치면서 신 회장의 인수합병 능력에 의문표가 붙었다. 게다가 이번에 “열심히 하고 있다”던 제2롯데월드 임시개장도 결국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