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LB(에이치엘비)가 그룹 신약개발의 상징인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미국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진양곤 HLB그룹 회장은 리보세라닙 개발기업 인수를 계기로 바이오사업에 뛰어들었고 숱한 난관을 거친 끝에 세계 최대 의약품시장 공략을 앞뒀다. HLB그룹 바이오사업을 다음 단계로 도약시키기 위한 마지막 장애물이 남은 셈이다.
 
HLB 항암제 ‘리보세라닙’ 미국 진출 임박, 진양곤 바이오사업 향방 달려

진양곤 HLB그룹 회장이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미국 시장 진출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앞두고 있다.


30일 HLB에 따르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을 간암 1차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한 신약허가신청(NDA)을 낼 것으로 예정됐다.

이대로라면 리보세라닙 미국 진출의 성패는 내년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 FDA는 신약허가신청을 받은 뒤 60일 안에 검토 여부를 판단한다. 이후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 보통 6~10개월이 걸린다.

HLB는 리보세라닙 판매를 통해 막대한 재무적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 미국 허가를 진행하는 한편 허가 후 현지에서 간암 환자 발생률이 높은 지역을 우선적으로 공략해 최대한 신속하게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리보세라닙 개발 및 판매를 맡는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에 마케팅 예산만 약 2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리보세라닙이 FDA의 문턱을 통과해야 리보세라닙과 연계한 다른 연구개발 프로젝트도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현재 HLB는 위암, 선양낭성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리보세라닙의 효능을 평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리보세라닙을 반려견용 항암제로도 개발하는 중이다. 

리보세라닙 미국 진출 여부가 향후 HLB 바이오사업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리보세라닙을 미국에 선보이는 것은 바이오사업에 대한 진양곤 회장의 오랜 믿음의 결실이기도 하다.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 개발사 LSK바이오파트너스(현재 엘레바테라퓨틱스)에 투자하던 이노GDN(현재 HLB)을 2008년 인수하면서 바이오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사업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긴 개발기간과 막대한 임상 비용 이외에도 악재가 많았다. 리보세라닙 임상 결과를 허위 공시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혐의를 받아 2020년부터 약 2년 동안 금융당국 조사를 받은 일이 대표적이다.

당시 진 회장은 바이오 열풍을 이용해 주주들을 속였다는 쓴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리보세라닙 개발도 차일피일 지연됐다. 하지만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에 대한 자신감을 버리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진 회장에게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진 회장은 "지난 2년 동안 고통과 손실을 감내하며 응원과 격려를 보내준 주주들에게 보답해야 할 시간이다"며 "우리가 제시한 목표를 성과로 입증하는 것만이 주주들의 상심에 대한 위로이자 격려에 대한 보답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 미국 진출에 발맞춰 HLB를 완전한 바이오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에도 힘쓰고 있다.

HLB는 회사의 모태가 됐던 선박사업을 100% 자회사 HLB ENG(에이치엘비이엔지)로 물적분할하는 안건을 최근 확정했다. 이보다 먼저 의료기기업체 에프에이를 인수해 HLB 헬스케어사업부로 합병함으로써 업종을 기존 선박 제조업에서 의료용품 및 기타 의약 관련제품 제조업으로 변경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주주들은 HLB의 바이오기업 전환을 반겼다. 진 회장이 여기에 리보세라닙의 성공을 더해 HLB 기업가치를 보다 향상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리보세라닙은 암세포의 혈관 생성을 억제해 암 성장을 막는 약물이다. HLB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는 중국 파트너사 항서제약의 항암제 ‘캄렐리주맙’과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을 간암 1차 치료제로 개발해 상용화를 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의 허가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은 앞서 간암 임상3상을 통해 경쟁약물보다 더 긴 생존기간과 더 나은 치료효과를 입증했다. 이런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초 중국에서 이미 간암 1차 치료제 허가를 받기도 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은 과거 1차 치료제였던 ‘소라페닙’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으로 임상 1차, 2차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며 “현재 1차 치료제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결과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