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TSMC 임직원이 2023년 임금 인상률에 반발하며 사측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현지언론 보도가 나왔다. TSMC 사옥 내부 사진. < TSMC >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반도체기업 TSMC 직원들이 지난해보다 낮아진 임금 인상률에 반발하며 사측에서 시설 투자를 축소하고 인건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를 내놓고 있다.
직원들은 삼성전자나 인텔 등 주요 파운드리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의 대우를 요구하고 있지만 TSMC 고위 임원은 시설 투자가 회사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라며 맞서고 있다.
25일 대만 UDN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직원들에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을 5%로 통보했다.
개인의 성과와 직군, 직책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전체 상승률은 2022년 대비 약 5%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UDN에 따르면 다수의 TSMC 직원들은 사내망을 통해 회사의 임금 인상 결정에 불만을 내놓고 있다.
2022년 임금 인상률이 약 10%, 2021년에는 20%에 가까웠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TSMC 직원들은 반도체업황이 부진한 상황에도 사측이 시설 투자를 축소하지 않기로 한 반면 임금 인상률은 대폭 내린 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나 인텔 등 파운드리 경쟁업체의 직원 대우와 비교해 TSMC의 임금 상승폭은 너무 낮다는 주장이다.
TSMC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시설 투자에 들이는 금액을 320~360억 달러로 기존 계획과 같이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계 대형 반도체기업들이 수요 둔화에 따른 업황 부진에 대응해 시설 투자를 축소하고 있지만 TSMC는 이와 상반되는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UDN에 따르면 TSMC의 고위 임원은 시설 투자가 회사의 중장기 성장을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하며 직원들의 불만에 맞서고 있다.
해당 임원은 “경영진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라며 “반도체 생산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나중에 성장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TSMC가 직원 임금 인상률을 2년 연속으로 낮췄지만 인건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2년 연속으로 8천 명에 이르는 신규 직원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UDN에 따르면 TSMC는 성명을 내고 지난해 반도체 업황이 호조를 보여 10%에 이르는 임금 인상률을 적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진 만큼 임금을 현실적 측면에 맞춰 설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인텔 수준의 대우를 요구하는 TSMC 직원들의 주장도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은 2월부터 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 감축에 나서고 있다. 고위 임원의 임금은 최대 15% 삭감됐으며 일부 직군에서 일하는 일반 직원들의 임금도 약 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도 최근 노사협의회를 통해 평균 4.1% 수준의 임금 인상을 결정했는데 이는 지난해 9%와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에 반발하며 6%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