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불황이 길어지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3중고에 수출, 투자, 소비 지표까지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의 보고서는 한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불경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불경기일수록 경험 많은 경영자들은 핵심 인배를 확보하는 일에 노력한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14조1천억 원에서 6천억 원으로 90%나 줄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밑돈 건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이 1분기 4조 원대 적자를 보였는데 2분기 전망 또한 어둡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적자도 4조 원에 육박한다. 국내 수출시장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업황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어떤 국책연구소는 현재의 반도체 경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유사한 수준까지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10년 이상 1%대의 장기 저성장을 전망하기도 한다.
이렇게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주를 이루지만 불황이 영원할 수는 없다. 경기는 직선이 아니고 곡선이다. 지금 내려가면 언젠가 올라간다.
곡선에는 여러 함의가 담겨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승패가 갈리는 것은 위기와 기회가 병존하는 곡선주로다. 곡선주로에서 쇼트트랙의 추월이 이루어지고 자동차경주의 순위가 뒤바뀐다. 봅슬레이 경기에서 중력의 4배를 이겨내야 하는 구간도 곡선주로다.
경영에서 불황기는 난관이 도사리고 있고 과제가 산적한 곡선구간이다. 이 구간에서는 판을 바꿀 수 있는 승부수가 필요하다. 성장동력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코너링할 수 있어야 경쟁자를 제치고 도약할 수 있다.
기업들은 위기가 닥치면 순식간에 보수적 기조로 돌아선다. 조직을 가볍게 하고 인력을 줄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채용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인력 채용과 인재 발굴은 다른 개념이다. 불경기에 인력 채용을 줄일 수는 있지만 인재 발굴을 멈춰서는 안 된다. 기업은 어떤 환경에 처해 있더라도 생존과 발전을 위해 성장동력을 키워가야 하는데 불황기일 때 성장동력의 효용은 배가된다. 그 성장동력의 핵심엔진이 인재다.
흔히 얘기하는 난세의 영웅을 기업경영에 접목하면 불황을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경영자다.
불황기는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어떤 인재를 공략해야 할지를 정해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면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가 어렵지 않다. 경기침체기에는 인재 수요가 줄기 때문에 기업들이 채용조건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불경기임에도 선제적으로, 공격적으로, 역발상을 통해 핵심인재를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치열하다. 기업으로부터 핵심인재 발굴 의뢰를 받은 헤드헌팅회사들도 분주하다.
그만큼 경기 회복기를 대비해 기업체질을 바꾸려 하고 새로운 관점을 가진 핵심인재를 통해 불황의 돌파구를 찾는 기업들이 많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어닝 쇼크의 충격에서도 변함없이 핵심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강신봉 전 요기요 대표를 온라인 세일즈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분야에서도 인재를 찾고 있다.
LG는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 사업을 그룹 신성장 동력으로 정하고 구광모 회장이 직접 핵심인재 영입을 챙기고 있다.
▲ 윤문재 커리어케어 부사장은 불경기일수록 핵심 인재 영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지시로 만든 스타(STAR)팀을 통해 그룹 차원의 핵심인재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쇼핑 김상현 대표, 롯데온 나영호 대표,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원직 대표에 이어 올해 들어 롯데제과 이창엽 대표, 롯데멤버스 김혜주 대표, 롯데렌탈 최진한 대표를 영입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중소중견기업들이 불황기를 인재확보의 기회로 삼고 있다. 반도체 소프트웨어 게임 분야의 기업이나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재발굴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들 분야의 헤드헌터들도 덩달아 핵심인재 찾기에 여념이 없다.
불황은 기업체질을 강하게 만든다. 대나무가 꺾이지 않고 곧게 높이 자랄 수 있는 이유는 중간에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성장이 멈추면서 만들어진 단단한 마디는 불황 같은 역경의 산물이다.
불황의 파고가 높지만 결국 해결의 열쇠는 인재들이 쥐고 있다. 어두울수록 별은 더 밝아 보이고 인재는 불황기에 빛을 발한다. 선발 기업들은 이렇게 빛을 발하는 경영자를 영입하고 임원들을 교체함으로써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힘을 기른다.
불황기의 인재확보는 회복기를 대비한 선행투자다. 경험이 많은 경영자들이 불경기에 인재시장에 눈길을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문재 커리어케어 PEPG본부장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