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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지주사 전환 노린 '강성부 펀드', 오너가 불화설에 캐스팅보트 쥘 수도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3-04-12 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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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 사모펀드운용사 KCGI이 DB하이텍 지분을 대규모로 취득한 것에 대해 DB하이텍 모회사 DB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게다가 일각에서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과 김남호 DB그룹 회장 부자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 KCGI가 보유한 DB하이텍 지분은 향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DB 지주사 전환 노린 '강성부 펀드', 오너가 불화설에 캐스팅보트 쥘 수도
▲ 사모펀드운용사 KCGI가 DB하이텍 지분을 대거 취득하면서 DB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표면화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사진은 김남호 DB그룹 회장.

1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가 최근 DB하이텍 지분 7.05%를 취득하며 DB와 국민연금에 이어 단숨에 DB하이텍 3대주주에 오르면서 매입 이유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KCGI는 “DB하이텍은 미래 성장성, 우수한 시장지위에 기반한 경쟁력에 비해 기업가치가 극도로 저평가됐다”고 지분 매입 이유를 설명했다. DB하이텍에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제언해 저평가된 주식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KCGI의 DB하이텍 주식 매입이 지주사 전환을 노린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지주사 전환을 하게 되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현재 'DB->DB하이텍'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 DB는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곳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5천억 원 이상이면서 자회사 주식가치가 총자산의 50%를 넘는 기업은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2022년 말 기준 DB의 총자산은 연결기준으로 4143억 원으로 당시만 해도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하지만 DB하이텍 주가가 최근 3개월 동안 70% 이상 상승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DB가 보유한 DB하이텍 지분 가치가 급등하면서 올해는 DB가 공정거래법의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할 공산이 커진 것이다.

DB는 현재 DB하이텍 지분 12.42%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주회사로 강제전환되면 DB하이텍 지분을 30%까지 의무보유해야 한다. 향후 DB가 최소 DB하이텍 지분 17.58%를 추가 매입해야 한다면 DB하이텍 주가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DB의 지주사 전환에 따른 DB하이텍 지분율 요건 충족은 2년의 유예기간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DB가 규제수준 비율(30%)까지 DB하이텍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데에는 상당한 재무적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DB가 지주사 요건을 총족하기 위해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 DB하이텍 지분 매입 규모는 현재 시가총액(약 3조3600억 원) 기준에서 6천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그런 만큼 주가가 오를 여지가 커지는 셈이다.

KCGI가 쥔 DB하이텍 지분은 향후 오너가 경영권 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DB 지주사 전환 노린 '강성부 펀드', 오너가 불화설에 캐스팅보트 쥘 수도
▲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펀드 KCGI가 최근 DB하이텍 지분 7.05%를 취득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언에 나섰다. KCGI는 DB 지주사 전환에 따른 DB하이텍 추가 매입으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DB그룹에서는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 부자가 그룹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특히 2022년 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김준기 창업회장이 최근 DB 지분 4.43%를 추가 매입하면서 부자 사이에 갈등이 생긴 것 아이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신의 DB 지분을 증여하지 않고 추가로 매입했다는 점이 이례적이라는 점에서다.

DB 최대주주는 김남호 회장으로 지분 16.83%를 보유하고 있다. 아버지인 김준기 창업회장의 지분 15.91%보다 많지만 장녀인 김주원 DB 부회장의 지분 9.87%가 김준기 창업회장 지분과 합쳐지면 25.78%로 김남호 회장의 지분을 넘어서게 된다.

DB그룹은 오너 사이 불화설을 전면부인하고 있지만 투자업계에서는 KCGI가 DB하이텍 지분을 매입한 것을 두고 경영권 분쟁가능성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 아니냐고 보기도 한다.

KCGI가 DB하이텍 지분이 없는 김남호 회장과 손을 잡기 위해 DB하이텍 지분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김남호 회장은 DB 최대주주이지만 보유한 DB하이텍 지분은 없다. 반면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주원 부회장이 보유한 DB하이텍 지분은 각각 3.61%, 0.39%에 이른다.

하지만 김남호 회장이 DB하이텍 지분 7.05%를 보유한 KCGI와 손을 잡는다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 DB 자산총액에서 DB하이텍 지분(12.42%)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로 DB하이텍은 DB 기업가치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따라서 만약 오너들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다면 KCGI의 DB하이텍 지분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남호 회장과 강성부 대표 사이에 협약이 이뤄지면 KCGI가 쥔 DB하이텍 지분을 활용해 오너일가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DB그룹은 지배구조 상 DB하이텍 지분이 DB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DB그룹 관계자는 "만약 KCGI가 DB하이텍 지분을 50%까지 확보해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해도 모회사인 DB 경영권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구조"라며 "KCGI의 DB하이텍 지분 취득을 오너가 경영권 분쟁과 결부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KCGI는 과거에도 한진칼과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취득해 경영권을 놓고 오너일가와 다투며 주가를 끌어올린 전적이 있는 만큼 DB하이텍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올해 3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한진칼과 오스템임플란트 모두 KCGI가 투자한 뒤 재무구조와 지배구조가 개선됐다고 자평하며 “국내 행동주의 문화는 태동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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