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가운데 2명이 교체된다.
금리인상과 통화긴축을 선호하는 매파 인사와 금리인하와 통화완화에 힘을 싣는 비둘기파 인사가 팽팽한 균형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새 금통위원의 등장은 향후 통화정책의 변수가 될 수 있다.
▲ 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에 장용성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왼쪽)와 박춘섭 전 조달청장(오른쪽)이 각각 추천됐다. |
다만 이번 금통위원 교체에도 불구하고 기존 비둘기파와 매파 인사 비중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큰 만큼 현재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장용성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와 박춘섭 전 조달청장은 각각 차기 금통위원으로 추천을 받아 대통령 임명을 기다리고 있다.
장 교수와 박 전 청장은 현재 금통위원인 주상영 위원과 박기영 위원의 임기가 끝나는 20일 이후 4년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당연직 위원인 한국은행 총재와 부총재 2명을 포함해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금통위원은 한국은행 총재와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장이 각각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밟는다.
현재 금융위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제외한 6명의 위원 가운데 비둘기파 위원이 3명, 매파 위원도 3명으로 팽팽한 구도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에 임기가 끝나는 주상영 위원과 박기영 위원은 각각 비둘기파와 매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새 금통위원의 정책 성향에 따라 금통위원회 안에서 통화정책에 대한 균형이 깨지면서 통화정책 방향이 한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새 금통위원으로 추천된 장 교수와 박 전 청장은 각각 매파와 비둘기파 성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기존 통화정책 방향에 큰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시장에서는 장 교수가 학자로서 보여 왔던 과거 활동 등을 종합해 볼 때 금리인상과 통화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적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장 교수는 지난해 2월 한국경제학회에서 개최한 ‘2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한국의 소비자물가 수준이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에 한국은행에서 통화긴축 정책을 펼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바라봤다.
장 교수는 1970년대 미국에서 경제침체에도 고물가 현상이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렸던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예로 들며 금리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그는 “폴 볼커가 오히려 위기를 불러온 장본인이라고 당시에는 공격을 당했지만 그 덕분에 인플레이션이 30년 동안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며 “폴 볼커 사례처럼 한국은행도 물가를 걱정하며 속도감 있게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업계는 박 전 청장이 장 교수와는 달리 비둘기파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청장이 관료 출신이기 때문에 본인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발맞추는 태도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박 전 청장을 새 금통위원으로 추천한 것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인데 경기부양을 원하는 정부를 위해 금리인하 쪽으로 표를 행사할 인사로 박 전 청장을 낙점했다는 시선도 나온다.
장 교수와 박 전 청장이 당장 4월 금통위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금통위의 향후 통화정책 변화에 큰 영향을 주기 힘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새 금통위원들은 기존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는 20일 이후 임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11일로 예정된 금통위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금융업계는 금통위가 4월에도 2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만약 4월 금통위가 업계의 예상처럼 금리동결 결정을 내릴 경우 한국은행에서 통화긴축 정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는 의견에 한층 힘이 실릴 수 있다.
이 경우 금통위는 당분간 이런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새 금통위원들도 이 같은 분위기에 의견을 같이 할 가능성이 있다.
장용성 교수는 거시경제 분야 전문가로 평가된다.
1966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 미국 연방준비은행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부교수, 로체스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등을 지내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다.
박춘섭 전 청장은 기획재정부에서 오래 근무한 관료출신으로 예산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1960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맨체스터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31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총괄과 과장, 대변인, 경제예산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 예산실 실장 등을 거쳤고 조달청장을 지냈다. 지난해부터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