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이 안되고 산만해 성인 ADHD가 의심된다면 고민하기보다 상담을 통해 심리적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계기로 삼는게 중요하다. |
[비즈니스포스트] “30대 직장인입니다. 본격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6년차입니다.
돌이켜보면 첫 직장인 이곳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렇게 길게 버티고 있는 제 자신이 놀라울 때도 있습니다. 제가 한 덤벙거리는 성격이라 학생일 때 물건을 잘 잃어버리거나 중요한 약속을 까먹는 경우는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직장생활을 하고부터는 저의 이 덤벙거리는 성격이 업무능력에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마감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맞춰서 일을 끝내거나 조금씩 늦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주변에 피해를 줄까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회의시간에는 상사로부터 상대방 말을 잘 듣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산만하고 주변 정리가 잘 안 된다는 등의 지적도 받습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화를 참기가 어려워 최근에 입사한 후배직원에게 순간 욱해서 한소리를 자주 하게 되는데 그러고 나면 또 바로 후회가 됩니다.
제가 평소 참을성이 부족하고 한 가지 일을 꾸준히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하고는 있었는데 또 새롭고 신기한 것들, 재밌는 것들에는 관심이 많고 한번 빠지면 질릴 때까지 그것만 계속하기도 해요.
회사를 다니며 마음속으로는 고민이 많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고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하는데, 연차가 올라갈수록 책임이 많아질수록 버거운 것은 사실입니다. 요즘 인터넷 방송에서 성인 ADHD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됐어요. 혹시 저도 성인 ADHD(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일까요?”
일반적으로 스스로를 성인 ADHD라고 의심하며 상담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직장인들의 경우 반복되는 업무 실수나 게으름, 뒷감당이 되지 않는 충동적 행동, 음주·게임과 같은 중독 행위 등으로 만성적인 관계문제나 성취좌절을 겪으며 자존감 저하가 커져서 한 가지 일을 꾸준히 못하고 이직이 잦은 경우가 많다.
정신건강관련 문제들을 전문가들 합의에 따라 진단기준으로 분류해 놓은 공신력 있는 기준 중 하나인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의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DSM-5: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에 따르면 ADHD는 크게 3가지 '과잉행동(Hyperactivity)', '충동성(Impulsivity)', '주의산만(Inattention)' 이라는 핵심증상을 보인다.
즉, 행동을 억제하거나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외부자극에 의해 쉽게 산만해지는 정도가 대인관계, 직업, 일상생활 적응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때 ADHD로 진단할 수 있는데, 필수적인 진단 기준 중 하나는 이러한 증상이 12세 이전부터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가 성인 ADHD라고 의심이 될 때는 먼저 이러한 자신의 부주의, 충동적인 행동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만성적으로 오랜 기간 유지되어 왔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성인 ADHD라면 현재 겪고 있는 주의집중력 결핍이나 충동성 문제가 성인기에 갑자기 생기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ADHD는 신경발달장애의 하위 유형으로 출생 이후 겪어온 전두엽, 기저핵 등 전반적인 뇌 발달의 불균형이 성인기까지 이어지면서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주변과 상호작용하는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기억이 선명하지 않거나 부모 등으로 부터 정확한 발달력을 확인하기 어렵다면 자신의 친가 및 외가 3세대 가계도를 머릿속에 떠올려 보자. 발달장애의 일종인 ADHD는 가족력의 영향이 높으므로, 형제나 자매, 부모, 친조부모 및 외조부모 중 비슷한 특성을 보이는 대상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한편 자신을 ADHD라고 의심하는 성인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우울, 불안 등과 같은 정서적인 문제로 인해 유발된 주의력 문제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우울증의 경우 기분이 가라앉고 식욕이 떨어지며 잠을 잘 못자는 문제만이 아니라 머릿속이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여 집중력, 기억력, 사고력이 떨어져 업무능률이 떨어지는 것도 핵심증상 중 하나이다.
성인이 된 뒤 집중력 저하의 주된 원인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정신건강전문가와의 충분한 상담과 평가, 감별의 과정이 중요하다.
‘혹시 내가 ADHD인가’ 라는 두려움보다 ‘일을 하면 할수록 버거워지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 라는 화두가 내 삶의 전경으로 떠올랐음에 반가워하자.
실수가 반복되면서 오늘도 내일도 모호한 불안감 속에 휩싸여 지냈던 당신에게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라도 전문적인 관점에서 자기조절능력을 의식적으로 개발해 습관화하고 심리적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ADHD 진단과 관련한 궁금증은 정신건강전문의, 정신건강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 상담심리전문가) 등의 진료나 상담으로 해소할 수 있다.
ADHD로 진단을 받게 되는 경우 대부분 약물치료를 진행하게 되지만 약물치료로 집중력이나 충동성이 나아진다고 해서 실제 직장생활이나 일상에서의 대인관계나 문제해결 기술 등의 실행능력까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심리상담을 통해 충동적이고 산만한 문제로 파생된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의 정서문제를 조절해 나가면서 일상생활에서의 자기조절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습관개발, 영향을 미치는 다른 심리적 요인의 탐색 등도 중요하다.
다만 다시 미루고 싶은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올 수 있다. 이번만큼은 반복된 이 문제에 꼭 집중해보자. 김영주 서울 강남구 '사이쉼' 총괄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