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저축은행들이 법정대출 최고금리를 소급적용하기로 결정하면서 SBI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들이 큰 부담을 안고 있다.
법정대출 최고금리를 소급적용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소급적용하지 않을 경우 이미지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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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구 SBI저축은행 각자대표. |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소형 저축은행 8곳(모아·대한·인성·키움·페퍼·한국투자·스타·삼호저축은행)은 최근 대부업법 개정으로 인하된 법정대출 최고금리를 법 개정 이전에 돈을 빌린 소비자에게도 적용하기로 했다.
개정된 대부업법이 3월3일부터 효력을 발휘하면서 법정대출 최고금리도 연 34.9%에서 연 27.9%로 인하됐다. 그러나 이 법안이 시행되기 전에 대출을 받은 고객들은 소급적용을 받지 못해 대출기한을 연장하거나 연 34.9%를 최고금리로 계속 적용받아 왔다.
중소형 저축은행들이 법정대출 최고금리를 소급적용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진 원장은 6월16일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과 저축은행 CEO들을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법정대출 최고금리를 소급적용하는 방안을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자발적으로 법정대출 최고금리를 내렸지만 금감원과 저축은행중앙회의 의사도 고려됐을 것”이라며 “대출자산 규모가 비교작 작아 금리를 내려도 손실을 덜 입는 중소형 저축은행부터 소급적용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정대출 최고금리를 소급적용하기로 한 저축은행 8곳은 신용대출잔액 75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대형 저축은행들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대형 저축은행들은 신용대출을 많이 내줘 법정대출 최고금리를 적용할 경우 상당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업계 자산 1위인 SBI저축은행은 신용대출잔액 1조2천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잔액은 전체 대출의 30%에 이른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SBI저축은행은 법정대출 최고금리를 소급적용하면 1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돼 금리를 낮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OK저축은행·웰컴저축은행·JT친애저축은행·현대저축은행 등 다른 대형 저축은행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법정대출 최고금리를 끝까지 소급적용하지 않을 경우 이미지 하락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SBI저축은행은 자체적인 중금리 신용대출상품 ‘사이다’의 실적 호조 등을 토대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다른 대형 저축은행들도 고리대금업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업구조를 점진적으로 바꾸고 사회공헌 활동도 늘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들은 올해 개인신용대출에 치중됐던 수익구조를 바꾸고 사회활동도 확대해 1분기에 역대 최대 규모의 대출실적을 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된다”며 “법정대출 최고금리를 적용하게 된다면 이렇게 얻은 효과도 다소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