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뒤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유동성이 경색돼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경기침체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됐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20일 “미국 SVB 파산 뒤 금융당국의 유동성 공급으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더라도 불안감의 여파로 실물 경기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예상했던 올해 3분기 경기침체 시기가 SVB 파산을 계기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뒤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유동성이 경색돼 이르면 3분기 전에 경기침체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본사 모습. <연합뉴스> |
미국 금융당국은 SVB가 파산한 뒤 여러 조치를 내놓고 시장 불안감을 진화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은행들의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90일 동안 재할인창구(DW) 조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재할인창구는 은행이 중앙은행에서 자금을 신속히 마련할 수 있는 수단이다. 시중은행은 보유한 채권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 팔거나 일정 시점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빠르게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 상업은행들은 조건 완화 조치 덕택에 3월 셋째 주에만 재할인창구를 통해 약 1500억 달러를 미국 연준에서 빌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중은행들의 이번 자금대출 규모는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컸다.
이 연구원은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DW 최대 규모인 1107억 달러의 1.4배에 달하는 규모다”며 “SVB 사태 이후 미국 중소형 은행으로부터 예금인출이 확대되면서 유동성 경색이 심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금융불안은 신용경색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신용경색은 시중에 자금이 부족하거나 자금이 많아도 적절한 곳에 흐르지 않아 기업과 가계가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 연구원은 “금융 불안으로 신용경색이 발생하면 가계소비가 줄어 실물경제가 위축된다”며 “이렇게 되면 기업의 순자산가치도 하락하면서 은행이 기업대출을 꺼리는 1차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는 기업과 은행의 재무상태를 더욱 악화시켜 금융체계의 안정성을 저하하고 실물경제를 위축시키는 2차 효과를 발휘한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이에 따라 줄어들더라도 경기침체 시기는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 연구원은 “금융불안에 따른 실물 경제 위축 속도에 따라 물가 둔화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다만 SVB파산 때문에 경기 침체 시점이 빨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