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제게 주어진 기간 동안 산업은행 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2월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행된 업무보고에서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내년 국회의원선거 출마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 남짓 다가오면서 정치인 출신인 강 회장의 행보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KDB산업은행 안팎에 따르면 강 회장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의 한 직원은 “강 회장의 총선 출마를 둘러싸고 소문이 무성하다”며 “옛 지역구인 서울 서초구을에 출마할 수 있다는 말이 돈다”고 말했다.
강 회장도 KDB산업은행 회장으로서 3년 임기를 끝까지 마무리하겠다거나 총선 출마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면서 이러한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강 회장은 KDB산업은행 회장에 오른 뒤 지난해 10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치에 빨려 들어가지는 않겠다는 것이 지금으로서 나의 선택이다”면서도 “정치는 마약이라고 하지 않나, 해보니 그런 측면도 있더라”고 말해 정치권 복귀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강 회장은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시 서초구을 선거구에 출마해 임지아 민주통합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면서 정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새누리당 경선에서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에게 패배해 출마하지 못했고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박성중 의원과 다시 맞붙어 패배했다.
특히 21대 국회의원 선거 경선 과정에서 강 회장이 박성중 의원과 소수점까지 같은 득표율 기록하고 재경선 끝에 공천권을 놓쳤기 때문에 강 회장으로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 있다.
강 회장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 한다면 올해 안에 KDB산업은행 회장으로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 때 정무실장과 정책특보를 지내며 정권 창출에 기여를 하기는 했으나 현직인 박성중 의원과 다시 같은 선거구를 놓고 맞붙을 수 있어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 필요가 있다.
게다가 내년 4월10일 총선에 나가기 위해서는 90일 전에 사퇴해야 하고 국민의힘 경선을 위해 이보다 일찍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강 회장이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
이에 강 회장은 올해 안에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내세운 KDB산업은행의 본점 이전과 HMM, KDB생명 등 구조조정 기업 매각,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 프로젝트 등에서 구체적 성과를 보이기 위해 한층 속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강 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와 싱가포르에 해외 출장을 가서 자리를 비운 상황인데도 본점 이전을 위한 내부 설명회를 15일 강행하려 한 것도 올해 안에 이전 절차를 매듭짓기 위한 작업의 하나로 풀이된다.
강 회장은 본점의 실질적 이전을 위해 필요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 전이라도 지방이전 대상기관으로 지정받는 절차를 1분기 중에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를 위해 KDB산업은행은 5월까지 이전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6월 이후에는 지방이전 대상 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한 계획서를 관할부처에 제출하겠다는 방침을 마련해놓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해부터 산업은행이 맡고 있는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9월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한 데 이어 올해는 HMM과 KDB생명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강 회장이 반도체 등 첨단 전략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발표한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관련 부서에서 한창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강 회장의 업적 쌓기 속도전에 우려의 시선도 있다.
본점 이전을 반대하는 직원들의 아침 집회는 강 회장 취임 이후 280여 일 가까이 진행되면서 강 회장을 향한 직원들의 거부감은 커지고 있다.
15일 KDB산업은행이 본점의 부산 이전을 위해 계획한 직원 설명회는 800여 명의 직원들이 ‘산은 이전 철회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이전 반대 구호를 외치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강 회장이 빠르게 추진하려 하는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매각 작업도 대우조선해양 매각 과정에서 불거졌던 헐값 논란을 다시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KDB산업은행이 4조 원 넘게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2조 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하자 헐값 매각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KDB산업은행은 입장문을 통해 “거래 특징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 헐값 매각 여부에 대한 논의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강 회장은 금융·경제 정책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정책금융 전문가다.
1964년 경상북도 봉화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박근혜정부 시절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일했다. 1997년부터 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근무했다.
20대 대통령 선거 때 국민의힘 대통령중앙선거대책위원회 후보정무실장과 대통령 당선인 정책특보를 역임하고 2022년 6월 KDB산업은행 회장에 올랐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