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대한 책임이 강화되면서 석탄발전 기업인 삼척블루파워 채권 인수에 나섰던 증권사들이 물량 처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기관투자자들이 삼척블루파워를 외면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시민단체 반발을 직면하면서 물량을 모두 떠안은 증권사들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삼척석탄화력발전소)는 225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삼척블루파워 화력발전호 1,2호기 조감도. |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삼척석탄화력발전소)는 225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삼척블루파워는 앞서 7일 수요예측을 진행하며 80억 원 정도의 주문을 받아냈지만 희망한 2250억 원에는 크게 미달했다.
이번에도 공동주관을 맡은 증권사들이 미달물량 2170억 원을 떠안게 됐다. NH투자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등 6개 증권사가 주관을 맡았다.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미매각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척블루파워는 최근 회사채 발행 때마다 수요예측 미달을 기록해왔다.
2021년 이후 2차례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2022년 9월에는 50억 원의 주문이 들어오면서 전량 미달 사태를 어렵게 피했다.
삼척블루파워는 삼척 지역에 석탄화력발전소 건립과 화력발전을 위해 2011년 11월 설립된 회사다. A+(안정적) 신용등급을 받았으며 수익률도 연간 7%에 이른다. 하지만 ESG에 대한 책임이 강조된 뒤로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삼척블루파워가 연이은 수요예측 미달에도 계속해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건 증권사들이 미달 물량을 떠안아왔기 때문이다.
앞서 6개 증권사들은 2018년 삼척블루파워와 1조 원 규모의 총액인수확약(LOC)을 체결한 바 있다. 금융사가 발행 물량을 모두 사들인 뒤 다른 투자자들에게 재판매하는 방식이다.
금융기관들이 일제히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것은 2019~2020년의 일이다. ESG 이슈가 핵심 문제로 부상하기 전 총액인수계약을 체결한 점이 증권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증권사들은 일부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에게 재매각(셀다운)할 예정이었으나 시민단체 반발에 부딪히게 됐다.
탈석탄 네트워크 조직 ‘석탄을 넘어서’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6개 증권사가 2250억 원 규모 삼척블루파워 회사채를 발행해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할 계획이다”며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개인투자자에게 석탄채권과 기후위험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었던 일부 증권사들의 셀다운(재판매) 부담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증권사들은 물량을 자체적으로 소화하거나 장내 매도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대상 판매는 하지 않을 계획이다”며 “기관투자자에게 넘기거나 자체적으로 보유하는 방식으로 소화해왔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그 동안 장외 매도 혹은 장내 매도를 통해 소화해왔다”며 “이번 재매각과 관련해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삼척블루파워는 계약에 따라 2024년까지의 건설기간 중 최대 1조 원 가량을 회사채로 조달한다. 이번 발행으로 추가 회사채 발행여력은 1천억 원 가량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