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저축은행이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해 손실흡수를 위한 자본 확충에 힘써야 한다는 증권업계 의견이 나왔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5일 ‘한국형 SVB? 저축은행 점검’ 리포트에서 “SVB(실리콘밸리뱅크) 사태를 보면 2011년 국내 저축은행 사태의 기시감이 드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며 ”저축은행은 위약한 환경 속 펀더멘탈 개선에 힘을 줘야 한다“고 바라봤다.
▲ 13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예금인출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
국내 저축은행은 양호한 유동성 비율, 규제 수준을 넘어서는 자본비율 등 현재 경영 안정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증가세가 멈춘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글로벌 경기가 급격히 위기 상황으로 이어지면 거액예금 인출 등이 이뤄지며 건전성이 단기간에 악화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 연구원은 “이번 SVB 파산에서 보듯 과거 지표가 건전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며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상반기 109%의 유동성비율을 보인 부산저축은행이 무너졌던 것처럼 급격한 예금 인출은 양호한 지표에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국내 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유동성비율 135.3%을 보였다. 양호한 수치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뱅크 사례에서 보듯 모바일뱅킹의 확대로 과거와 비교해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 속도가 빨라진 점도 저축은행을 향한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정 연구원은 “부실 가능성이 부각된 저축은행에 대한 우려가 예금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공유되면 예금자들은 집에서 발빠르게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며 “공포 속 뱅크런이 과거 대비 빠르게 발생해 저축은행의 유동성 대응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의 부실을 단언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약한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는 있다”며 “저축은행은 과거를 거울 삼아 경쟁적 자산 확충을 지양하고 손실 흡수를 위한 자본 확충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