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가 사면초가에 빠진 듯하다.
윤 후보자가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 KT의 새 수장이 되기 위해 기댈 곳은 외국인 투자자를 비롯한 소액주주밖에 없어 보인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여권이 KT의 유화적 손짓을 사실상 묵살하며 윤 후보자의 KT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한다는 신호를 명확히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KT는 여권과 연결고리가 있는 인물들을 요직에 배치하는 ‘코드 인사’를 추진했지만 상황은 더 꼬이고 있다.
KT는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등학교 동문인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계열사 KT스카이라이프 다음 대표이사에 내정했는데 윤 부회장이 이를 고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KT가 사외이사로 추천했던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도 사외이사 후보에서 물러났다. 임 고문은 윤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경제특보로 일했던 인물로 KDB생명보험 대표이사로 추천됐다.
KT로서는 차기 대표이사로 여권의 뜻에 맞지 않는 윤경림 후보자를 내정한 만큼 다른 인사를 통해 여권의 코드를 맞추고자 한 것으로 읽히는데 모두 뜻대로 되지 않은 셈이다.
윤 부회장은 개인적 이유로, 임 고문은 KDB생명 대표 임무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각각 KT 측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윤경림 후보자를 향한 여권의 거부 신호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주주총회 구도 역시 윤 후보자에게 불리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8.53%)은 정부 아래 있는 기구인 만큼 애초 주총에서 윤 후보자 선임안에 반대 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더구나 우호지분으로 여겨지던 2대 주주 현대차그룹(현대차 4.69%, 현대모비스 3.10%)도 KT 차기 대표이사 선임 등과 관련해 ‘대주주 의견을 고려해달라’는 취지를 KT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에 동조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현대차 지분 7.64%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율이 적지 않은 만큼 현대차그룹으로서도 국민연금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KT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윤경림 후보자를 맹비난했던 국민의힘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맥락에서 신한은행(지분율 5.58%)이 윤경림 후보자를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애초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은 모두 KT와 지분 맞교환을 하며 협력을 약속한 사이지만 정치권의 외풍에 동맹관계가 흔들리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윤 후보자로서는 개인주주와 외국인 등 일반소액주주의 지지가 결집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KT 지분구조를 보면 소액주주 비율은 60%에 가깝다. 이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은 43%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주주들은 주주가치 제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만큼 대체로 윤 후보자 선임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현모 대표는 재임 기간 KT의 영업이익과 기업가치를 크게 높였는데 윤 후보자는 구 대표의 '디지코(디지털플랫폼 기업) 전략을 충실히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후보자는 후보자 선정 뒤 내놓은 입장문에서 “네트워크와 디지털 인프라의 안정적 운용은 국민의 일상과 직결돼 있는 만큼 한 순간도 흔들림이 없도록 챙길 것”이라며 “사업과 조직을 조기에 안착시켜 주주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KT 소액주주들이 결성한 네이버카페 ‘KT주주모임’은 윤 후보자 선임에 찬성 의견을 천명하고 있는데 13일 오후 2시 기준으로 회원 1219명을 모았다. 주주총회에 한 뜻을 모으기로 한 주식 수는 311만 주를 돌파하며 지분율 1.2%를 넘겼다.
하지만 주주총회에서 대주주와 달리 불특정 다수인 일반주주를 결집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참여율을 높여 윤 후보자 선임 안건을 통과시키는 일이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사 윤 후보자가 일반주주의 지지를 받아 대표이사에 선임된다고 해도 임기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윤경림 후보자에 대한 법적 리스크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윤경림 후보자와 구현모 KT 현 대표이사 사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한 시민단체 고발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수사 속도가 다른 사건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앞서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은 현대차가 2021년 구현모 사장의 형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당시 현대차에서 일했던 윤경림 후보자가 모종의 역할을 했고 그 대가로 KT에 재입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윤 후보자와 구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는 별개로 윤 후보자 개인뿐 아니라 회사의 시간과 자원이 소모될 수 있는 데다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소지도 크다. 윤 후보자로서는 사방에서 압박이 심화되고 있는 고립무원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다만 정치권 외풍과 관련한 여론 흐름이 윤 후보자의 명운을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여권으로서도 민간기업 대표 인사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다면 외풍으로 비쳐질 행동은 앞으로 자제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이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2024년 총선 준비체제를 가동하는 시점에서 ‘관치’ 복원을 꾀한다는 시선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네이버카페 ‘KT주주모임’ 한 회원은 “KT 외압에 가담한 세력은 대한민국 역사에 남을 것이다”라며 “이건 KT 주주들 문제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공정과 상식의 문제”라고 여권을 비판했다.
반면 윤 후보자나 구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 가운데 일부라도 수사를 통해 사실로 입증된다면 여권 측이 내놓은 ‘이권 카르텔’ 논리가 설득력을 얻게 될 수도 있다.
앞서 국민의힘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KT가 내부 출신 대표이사를 후보로 올린 것을 놓고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류근영 기자
윤 후보자가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 KT의 새 수장이 되기 위해 기댈 곳은 외국인 투자자를 비롯한 소액주주밖에 없어 보인다.
▲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사진)가 다양한 압박을 받으며 사면초가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여권이 KT의 유화적 손짓을 사실상 묵살하며 윤 후보자의 KT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한다는 신호를 명확히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KT는 여권과 연결고리가 있는 인물들을 요직에 배치하는 ‘코드 인사’를 추진했지만 상황은 더 꼬이고 있다.
KT는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등학교 동문인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계열사 KT스카이라이프 다음 대표이사에 내정했는데 윤 부회장이 이를 고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KT가 사외이사로 추천했던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도 사외이사 후보에서 물러났다. 임 고문은 윤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경제특보로 일했던 인물로 KDB생명보험 대표이사로 추천됐다.
KT로서는 차기 대표이사로 여권의 뜻에 맞지 않는 윤경림 후보자를 내정한 만큼 다른 인사를 통해 여권의 코드를 맞추고자 한 것으로 읽히는데 모두 뜻대로 되지 않은 셈이다.
윤 부회장은 개인적 이유로, 임 고문은 KDB생명 대표 임무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각각 KT 측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윤경림 후보자를 향한 여권의 거부 신호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주주총회 구도 역시 윤 후보자에게 불리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8.53%)은 정부 아래 있는 기구인 만큼 애초 주총에서 윤 후보자 선임안에 반대 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더구나 우호지분으로 여겨지던 2대 주주 현대차그룹(현대차 4.69%, 현대모비스 3.10%)도 KT 차기 대표이사 선임 등과 관련해 ‘대주주 의견을 고려해달라’는 취지를 KT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에 동조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현대차 지분 7.64%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율이 적지 않은 만큼 현대차그룹으로서도 국민연금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KT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윤경림 후보자를 맹비난했던 국민의힘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맥락에서 신한은행(지분율 5.58%)이 윤경림 후보자를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애초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은 모두 KT와 지분 맞교환을 하며 협력을 약속한 사이지만 정치권의 외풍에 동맹관계가 흔들리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윤 후보자로서는 개인주주와 외국인 등 일반소액주주의 지지가 결집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KT 지분구조를 보면 소액주주 비율은 60%에 가깝다. 이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은 43%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주주들은 주주가치 제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만큼 대체로 윤 후보자 선임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현모 대표는 재임 기간 KT의 영업이익과 기업가치를 크게 높였는데 윤 후보자는 구 대표의 '디지코(디지털플랫폼 기업) 전략을 충실히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후보자는 후보자 선정 뒤 내놓은 입장문에서 “네트워크와 디지털 인프라의 안정적 운용은 국민의 일상과 직결돼 있는 만큼 한 순간도 흔들림이 없도록 챙길 것”이라며 “사업과 조직을 조기에 안착시켜 주주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KT 소액주주들이 결성한 네이버카페 ‘KT주주모임’은 윤 후보자 선임에 찬성 의견을 천명하고 있는데 13일 오후 2시 기준으로 회원 1219명을 모았다. 주주총회에 한 뜻을 모으기로 한 주식 수는 311만 주를 돌파하며 지분율 1.2%를 넘겼다.
하지만 주주총회에서 대주주와 달리 불특정 다수인 일반주주를 결집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참여율을 높여 윤 후보자 선임 안건을 통과시키는 일이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사 윤 후보자가 일반주주의 지지를 받아 대표이사에 선임된다고 해도 임기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윤경림 후보자에 대한 법적 리스크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윤경림 후보자와 구현모 KT 현 대표이사 사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한 시민단체 고발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수사 속도가 다른 사건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앞서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은 현대차가 2021년 구현모 사장의 형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당시 현대차에서 일했던 윤경림 후보자가 모종의 역할을 했고 그 대가로 KT에 재입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윤 후보자와 구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는 별개로 윤 후보자 개인뿐 아니라 회사의 시간과 자원이 소모될 수 있는 데다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소지도 크다. 윤 후보자로서는 사방에서 압박이 심화되고 있는 고립무원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다만 정치권 외풍과 관련한 여론 흐름이 윤 후보자의 명운을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여권으로서도 민간기업 대표 인사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다면 외풍으로 비쳐질 행동은 앞으로 자제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이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2024년 총선 준비체제를 가동하는 시점에서 ‘관치’ 복원을 꾀한다는 시선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네이버카페 ‘KT주주모임’ 한 회원은 “KT 외압에 가담한 세력은 대한민국 역사에 남을 것이다”라며 “이건 KT 주주들 문제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공정과 상식의 문제”라고 여권을 비판했다.
반면 윤 후보자나 구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 가운데 일부라도 수사를 통해 사실로 입증된다면 여권 측이 내놓은 ‘이권 카르텔’ 논리가 설득력을 얻게 될 수도 있다.
앞서 국민의힘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KT가 내부 출신 대표이사를 후보로 올린 것을 놓고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