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국민카드, 현대카드, 하나카드 등 3곳 카드사가 지난해 순이익 후퇴에도 배당금 규모를 전년보다 확대하고도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3곳 카드사는 배당금 규모가 1년 사이 20% 넘게 증가했는데도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KB국민·현대·하나카드 순이익 감소에도 배당은 확대, 이유는 '모르쇠'

▲ KB국민카드는 7곳 카드사 가운데 지난해 배당금 규모가 가장 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7곳 전업 카드사 가운데 신한카드를 뺀 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6곳 카드사가 지난해 배당금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B국민·현대·하나카드 등 3곳 카드사는 지난해 순이익이 감소했는데도 배당금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카드는 아직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등에 비춰봤을 때 전년보다 순이익이 뒷걸음질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삼성카드와 우리카드는 순이익이 증가했고 롯데카드는 아직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202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4% 증가했다.

신한카드는 순이익과 배당금 규모가 모두 감소했다.

KB국민카드는 순이익이 2021년 4189억 원에서 2022년 3786억 원으로 9.6% 감소했는데도 배당액은 2021년 2501억 원에서 2022년 3501억 원으로 39.9% 증가했다.

KB국민카드의 배당성향도 2021년 59.7%에서 2022년 92.4%로 높아졌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중간배당을 포함해 1509억 원가량을 배당하기로 했다. 현대카드는 2021년에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2078억 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보다 17.1% 줄어든 만큼 지난해 연간 순이익도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23.4% 감소했는데도 처음으로 배당을 결정했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거둔 순이익의 28.6%인 550억 원을 배당금으로 쓴다.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 하나카드는 배당금 규모를 20% 넘게 키우면서도 이에 관한 뚜렷한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다. 

KB국민·현대·하나카드 등 3곳 카드사는 각 홈페이지를 통해 ‘직전 사업연도 대비 배당액 20% 이상 변경 사실’을 공시했는데 ‘배당액 변동 주요원인’ 항목에 명확한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는 ‘배당액 변동 주요원인’을 아예 빈칸으로 두었고 현대카드는 ‘2022년 중간배당 및 결산배당 실시’라고 적었다.

이는 7곳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배당금 규모를 축소한 신한카드가 ‘직전 사업연도 대비 배당액 20% 이상 변경 사실’을 공시하며 ‘불확실한 경기상황 대응 및 미래사업 투자 지속 재원 마련을 위한 것으로 당사의 자본적정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배당액 변동 주요원인을 설명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신한카드는 배당금 규모를 2021년 3376억 원에서 2022년 2566억 원으로 23.9% 줄였다. 

KB국민·현대·하나카드 등 3곳 카드사의 결정을 두고 의구심 어린 시선도 금융권 일각에서 나온다. 카드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만큼 배당보다는 자산건전성을 우선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5곳 카드사 가운데 삼성카드를 뺀 나머지 4곳 카드사의 연체율이 2021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업황 악화에 대비해 금융권 전반에 배당을 자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1월27일 “우선적으로 신경쓰는 것은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갖췄느냐”라며 “배당 문제는 부차적”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6일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은행의 자율성을 보장할 것”이라면서도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과 자본 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 하나카드의 배당금은 각각 금융지주와 계열사에 돌아간다.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는 각각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다. 현대카드는 현대차가 지분 36.95%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고 기아(11.48%), 현대커머셜(24.54%)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