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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TSMC 지분 매각은 이례적, 삼성전자에 청신호일까 경고일까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3-02-17 11: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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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TSMC 지분 매각은 이례적, 삼성전자에 청신호일까 경고일까
▲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TSMC 지분을 매수했다 단기간에 처분을 결정한 점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도 조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가 대만 반도체기업 TSMC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한 뒤 단기간에 처분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TSMC가 안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쟁 심화 등 영향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반면 반도체 업계 전반의 상황 악화를 예고하는 ‘경고장’에 해당한다는 시각도 있다.

17일 로이터에 따르면 워런 버핏의 TSMC 지분 매각 결정이 투자자들에게 큰 혼란을 안겨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그가 일반적으로 앞세우는 투자 전략과 상반되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은 단기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성장주보다 장기적으로 보유해 꾸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가치주를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가치투자 원칙’을 앞세우고 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난해 말 41억 달러(약 5조3천억 원)에 이르는 TSMC 주식을 매수했다고 밝힌 것은 그만큼 이례적으로 꼽혔다.

일반적으로 반도체주는 성장주 성격을 띠고 있으며 업황에 따라 변동성도 크기 때문에 워런 버핏이 주로 투자하는 종목과 차이가 크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약 3개월 만에 TSMC 지분 보유량의 86%를 매각한 것은 더욱 예측하기 어려웠던 결과로 분석된다.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단기 투자 사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지분을 매각한 이유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자연히 워런 버핏이 자신의 투자 원칙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TSMC 지분을 정리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양국 외교 및 무역관계가 더욱 악화하면서 TSMC가 갈수록 심각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게 됐다는 점이 이유로 제시된다.

중국은 대만의 영토 주권을 되찾으려는 의도로 무력 침공 가능성을 꾸준히 시사하고 있다. TSMC와 같은 대만 기업의 반도체 기술 확보도 중요한 목적으로 꼽힌다.

미국 정부가 최근 중국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규제 조치를 강화하고 여러 동맹국도 이에 동참하도록 하면서 중국은 미래 산업과 군사 분야에 핵심인 반도체 기술 확보를 더욱 다급한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 따라 TSMC가 중국의 대만 침공 영향권에 놓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워런 버핏이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워런 버핏의 TSMC 지분 매각은 대만을 둘러싼 위험성이 예상보다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시장의 전망에 따른 것”이라며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탰다.

글로벌타임스는 버크셔해서웨이 이외에 블랙록과 JP모건 등 대형 투자은행도 최근 TSMC 지분을 매각한 사례가 많았다는 점을 근거로 더했다.

관영매체 특성상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글로벌타임스가 이런 분석을 내놓은 것은 TSMC와 대만에 대해 사실상 직접적으로 위협을 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워런 버핏 TSMC 지분 매각은 이례적, 삼성전자에 청신호일까 경고일까
▲ TSMC 반도체 생산공장 이미지.
TSMC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련한 문제가 워런 버핏의 지분 매각을 계기로 재조명된다면 파운드리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반사이익을 보게 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그동안 반도체주에 투자하며 TSMC에 집중하고 있던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비교적 자유로운 삼성전자 주식을 대신 매수하려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애플과 퀄컴, 엔비디아, AMD 등 TSMC의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가 반도체 생산에 차질 가능성을 더욱 우려해 삼성전자에 일부 위탁생산 물량을 나누어 맡기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공산도 크다.

삼성전자가 TSMC와 더불어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생산 능력을 갖춰낸 성과가 이러한 수혜로 돌아올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워런 버핏의 지분 매각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업계 전체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올해부터 글로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반도체 수요가 크게 줄어들며 실적에 악영향이 예상되는 만큼 그가 선제적으로 반도체 주식을 매도하며 대비에 나섰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반도체업계를 향한 전망은 갈수록 불안하고 어두워지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TSMC뿐 아니라 반도체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요인”이라고 바라봤다.

반도체 수요 전망이 불안한 반면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기업이 공격적 수준의 생산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심각한 공급 과잉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파운드리업계에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 반도체공장 가동률이 낮아지고 가격 경쟁도 불붙을 수 있어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기업 실적에 이중으로 타격을 줄 수도 있다.

로이터는 워런 버핏의 ‘오른팔’로 꼽히는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최근 TSMC를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기업’으로 평가한 반면 대부분의 지분을 처분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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