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은행 노동조합원들이 16일 오전 금융위원회 건물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피켓을 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균형발전이 그리 중요하면 금융위원회가 부산으로 가면 되지 않겠는가.”
16일 김현준 산업은행 노동조합 위원장이 산업은행 본사를 부산으로 옮기려는 금융위원회를 겨냥하며 한 말이다.
금융위원회는 부산 지역 금융발전 중요성을 이유로 산업은행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금융사령탑인 금융위원회는 왜 서울에 남아 있냐는 것이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이날 금융위원회 본관 건물 앞에서 오전 11시부터 ‘금융위원회의 불법적인 산업은행 이전 추진 규탄 기자회견 및 이전 반대 집회’를 열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금융위원회가 법률을 무시한 채 졸속으로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산업은행법 4조에 따르면 산업은행 본점은 서울에 위치해야 한다. 부산 이전을 위해선 관련법이 국회에서 개정돼야 하는데 다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일찌감치 내부 편제 조정 등을 통해 부산 이전 채비를 본격화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만큼 정권의 뜻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산업은행의 소관 기관인 금융위원회도 부산 이전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금융위원회는 오직 정치 논리에만 사로잡혀 어떠한 사회적·경제적 타당성 검토도 없이 한국산업은행법을 무시한 채 부산 이전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김복규 전 산업은행 부행장과 관련한 산업은행 이사진의 행보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은행은 김 전 부행장을 서열 2위인 수석부행장(전무이사)으로 임명하려 하고 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김 전 부행장은 직제 규정을 위반한 채 업무지시를 했다는 사유로 감사원의 주의 조치를 받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며 “금융위원회는 올해 금융공공기관 경영평가에 감사원 감사 결과를 적극 반영한다는데 감사원에게 지적받은 인물을 수석부행장으로 선임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위 내용들을 종합한 질의서를 집회 중간에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 김현준 산업은행 노동조합 위원장이 금융위원회에 질의서를 제출하러 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자 금융위원회 건물에서 공무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원들은 이들 공무원들을 향해 피켓을 들어 보이고 시위 구호를 외쳤다.
다음은 산업은행 노동조합 관계자와 일문일답이다.
- 최근 부산으로 전보발령 받은 45명 가운데 퇴사자가 있었나
“아직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만간 퇴사하는 사람들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 지금 부산에 시설은 마련돼 있는지. 어디서 업무를 본다는 건지
“산업은행 부산지점이 7층짜리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몇 개 층은 임대 내놓고 있는데 조만간 회수하고 기타 유휴시설 몇몇 더해 업무에 사용한다고 한다.”
- 여당 의원들 설득한다고 했는데 그게 의미가 있는 일인지
“우리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울권 국민의힘 의원들 가운데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달갑잖아 하는 분들 몇몇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연락 시도했으나 누구도 답장 주지 않았다. 용산 눈치 보는 거 아니겠나.”
- 김 위원장이 금융위원회 앞에서 매주 집회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 계획이 있는가
“그동안 야외집회는 국민의힘 당사 앞 등에서 해왔다. 그런데 금융위원회가 부산 이전 추진의 핵심이다 보니 이리로 옮겨왔다. 앞으로 매주 목요일 이곳에서 오늘처럼 집회를 갖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김태영 기자
▲ 조진우 산업은행 노동조합 부위원장이 금융위원회 앞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들이 앞을 지나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