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3-02-15 16: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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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커머스 1호 상장’을 노렸던 신선식품 배송업체 오아시스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고 상장 작업을 중단하면서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 이상 기류가 뚜렷해지고 있다.
규모가 작은 중소형주들의 경우 수요예측 흥행에 이어 상장 이후에도 양호한 주가 흐름으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 오아시스가 상장 작업을 중단하는 등 올해 기업공개 시장에서 이상 기류가 뚜렷하다.
증권가는 오아시스의 중도 하차를 마켓컬리, 케이뱅크 상장 철회 이상의 쇼크로 받아들이면서 당분간 '대어급 부진, 준척급 흥행'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중 바이오인프라, 나노팀, 자람테크놀로지, 지아이이노베이션 전부 4개 기업이 공모주자로 나선다.
이 가운데 ‘IPO 재수생’ 바이오인프라, ‘삼수생’ 자람테크놀로지 등 연달아 재도전에 나선 기업들이 포함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들은 지난해 연말 증시 입성에 도전했지만 차갑게 얼어붙은 IPO시장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걸음을 돌렸다. 위탁연구기관(CRO) 기업 바이오인프라는 지난해 11월, 시스템반도체 설계기업 자람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2월 각각 수요예측 부진에 상장을 철회했다.
새해 들어 IPO시장 분위기가 풀렸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상장 문턱에서 미끄러졌던 기업들이 재도전에 나서고 있다.
앞서 2월 초 희망 공모가를 낮춰 수요예측 재도전에 나섰던 탄소나노튜브 전문기업 제이오도 수요예측에서 흥행하며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바 있다.
중소형 공모주들이 최근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면서 IPO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올해 상장한 8개 중소형주 모두가 공모가 대비 초과 수익률을 기록하며 좋은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꿈비(250%), 오브젠(249%), 미래반도체(235%), 스튜디오미르(156%), 샌즈랩(137%), 삼기이브이(111%) 6개 종목은 공모가보다 100% 이상 높은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공모가가 낮고 상장 후 유통물량이 적은 기업에 수요가 몰리는 것도 특징이다. 규모가 작아 부담이 크지 않고 오버행(시장에 나올 수 있는 대규모 잠재적인 주식 물량) 우려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이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IPO가 성공하는 분위기다”며 “공모가가 절대적으로 낮아야 하고 공모금액은 작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대형주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 하고 있다. 대형사들은 일정을 연기하거나 작업을 중단하면서 IPO시장을 떠나고 있다. 올해 상장 도전에 나섰던 첫 ‘대어’ 오아시스가 컬리, 케이뱅크, 현대삼호중공업 등에 이어 상장을 철회했다.
오아시스는 13일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한국거래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7~8일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내에서 오아시스에 걸었던 기대가 컸던 만큼 오아시스의 흥행 실패가 대형주 IPO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수급에 비교적 많은 영향을 받는 대형사들은 증시침체에 따라 IPO시장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왔다. 지난해 1월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주식시장에 상장한 쏘카와 더블유씨피, 바이오노트 등은 희망범위에서 절반 가까이 낮은 금액에 공모가를 확정해 증시에 입성했다.
이에 오아시스가 만약 공모과정에서 흥행한다면 IPO시장 분위기가 확실히 바뀔 것이란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공모 규모가 큰 기업들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면서 대형사들이 하반기 이후에나 상장 도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 규모가 큰 기업들은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오아시스도 거시적인 경제 환경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보다 시장이 개선되는 하반기에는 대어급 기업의 상장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