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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SK넥실리스 일진머티리얼즈 동박 패권 다툼, SK 롯데 돈 싸움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3-01-30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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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전기차의 핵심을 2차전지라고 해도 그리 틀린 얘기는 아니다. 2차전지는 전기차에서 가장 높은 원가를 차지한다. 그래서 앞으로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 배터리 소재는 돈이 될 수밖에 없다. 

동박 역시 관심을 받고 있는 소재다. 

국내 동박 시장의 강자 SKC와 일진머티리얼즈 두 기업은 글로벌 동박 패권을 쥘 수 있을까?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2차전지는 양극의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해 충전이 되고 음극의 리튬이온이 양극으로 돌아가며 방전되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이 과정에서 2차전지 4대 소재로 불리는 것들이 필요하다.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이다.

양극과 음극을 구성하는 각각의 활물질 등을 양극재, 음극재라 하고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이온의 이동 통로 역할을 하는 게 전해질이다. 양극과 음극이 서로 닿지 않게 하는 게 분리막이다. 

동박은 이 중 음극재와 관련이 있다. 

음극재는 배터리의 수명과 충전 시간을 좌우하는 소재다. 음극활물질, 도전재, 바인더를 집전체에 바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여기서 음극 집전체로 동박이 쓰인다. 

집전체란 전기 저항이 낮으며 충전과 방전 중에 활물질로 전류를 전달하거나 활물질에서 전류를 전달하도록 구성된 요소다. 

집전체는 배터리 안에서 전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부식이 되면 안되고 전기 전도성이 있는 금속성이어야 하며 가급적 부피가 작아 효율이 커질수록 좋다. 경제성을 고려하면 너무 비싼 금속이어도 곤란하다. 

그래서 음극 집전체로 동박, 즉 구리 호일이 채택됐다. 

배터리업계나 증권업계에서 동박에 주목하는 이유는 동박의 공정 난도가 꽤 높기 때문이다.

일단 매우 얇게 만들어야 한다. 얇을수록 많은 음극활물질을 넣어 더 많은 이온을 저장해 성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6마이크로미터의 두께로 만드는데 이는 머리카락 두께의 20분의 1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얇으면서도 균일해야 하기 때문에 까다롭다. 

양극 집전체로 쓰이는 알루미늄박과 비교하면 동박의 공정 난도 수준을 체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알루미늄박은 회전하는 2개의 롤 사이를 통과시켜 얇고 고르게 펴내는 압연 공정을 거친다. 

반면 동박은 전해 공정을 거친다. 전기 도금을 통해 구리 와이어를 용해해 만드는 것이다. 직관적으로도 압연 공정보다 까다롭고 복잡한 화학공정이란 게 느껴진다. 

그래서 동박 제조에는 양극재나 음극재 같은 2차전지 핵심 소재를 만드는 것보다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된다고 한다. 기술과 자본 집약도가 매우 높고 그만큼 진입장벽도 높다. 

국내 동박 기업으로는 SKC의 동박사업 자회사 SK넥실리스, 일진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 등이 있습니다. 후발주자인 고려아연도 동박 사업에 뛰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집계를 보면 SK넥실리스는 지난해 시장 점유율 22%로 글로벌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중국 왓슨이 19%, 대만 창춘이 18%로 뒤따랐고 일진머티리얼즈가 13%로 4위에 올랐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외형 측면에서 이들보다 다소 뒤처져 있고 고려아연은 아직 공장을 신설하는 단계에 있다.

그런 점에서 국내 동박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SK넥실리스와 일진머티리얼즈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비교적 근래까지도 국내에서 동박 외길을 걸어와 이 분야에서 단연 앞서 있었다. 그런데 SK그룹이 2020년 초 동박 제조업체 KCFT, 그러니까 지금의 SK넥실리스를 인수한 뒤 공격적 투자를 통해 급격히 시장에서 지배력을 키웠다.   

동박 시장에서도 그렇지만 소재 산업에서는 생산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다. 그런 점에서 SK넥실리스는 대기업 계열사로서 강점도 무시할 수 없다.

막대한 자금 지원에 기대 투자에 나설 수도 있고 투자를 결정하는 데도 중소 및 중견기업보다는 공격적인 기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수요는 2020년 310만 대에서 2030년 518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라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인 동박 수요도 급격히 늘 수밖에 없다. 

공격적 증설로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게 시장 선점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SKC는 현재 연산 6만 톤 규모의 동박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25만 톤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지역별로 보면 말레이시아 5만 톤, 유럽 10만 톤, 미국 5만 톤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SK그룹 내 2차전지 밸류체인이 촘촘하게 구축돼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셀 제조사 SK온은 국내 배터리3사 가운데 하나이고 SK아이테크놀로지는 배터리 분리막 글로벌 1위다. 

또 다른 동박 강자 일진머티리얼즈는 1978년 설립 시점부터 동박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며 기술력을 축적한 곳이다. 전기차 시장 확대로 그동안 동박 분야에서 갈고 닦았던 실력이 실적으로 연결되며 대표적 2차전지 수혜기업으로 꼽혀왔다.

일진머티리얼즈도 증설을 통한 생산능력 확충을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니지만 SKC와 비교하면 다소 더딘 측면도 있었다. 대기업에 속하지 않아 과감한 투자가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롯데그룹이 일진머티리얼즈를 품으며 이전보다 과감한 투자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의 생산능력을 2027년 23만 톤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롯데그룹은 롯데정밀화학을 통해 솔루스첨단소재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지분을 확보해 놓기도 했다. 더 큰 틀에서 보면 동박 사업의 경쟁이 SK 대 롯데 구도로 재편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만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건설의 신용위험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다소 걸리는 지점이다. 당장 롯데케미칼의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앞으로 금리 상승에 따라 차입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 증설에 속도를 내며 큰 투자를 집행하는 동박 회사들로서는 금융 환경이 전보다 비우호적으로 바뀐 셈이다. 

계열사 신용위기에 발목이 잡힌 롯데그룹도 그렇지만 SKC의 재무상황을 봐도 부채비율이 작진 않다. 3분기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180% 정도다. 

대기업끼리 경쟁으로 재편된 동박 시장. 대외 여건은 녹록치 않지만 분명한 것은 전기차의 성장과 함께 동박 수요는 늘 수밖에 없다. 

SK그룹과 롯데그룹 깃발 아래서 경쟁하게 된 SK넥실리스와 일진머티리얼즈 두 기업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길 기대해 본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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