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우준 삼성전자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사진)이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올해 글로벌 통신장비 분야의 선두권 업체를 추격하는 데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김우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은 인도 등 주요 시장의 5G통신 투자 본격화에 맞춰 통신장비를 삼성전자의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는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G통신 네트워크장비 사업 확대 의지를 천명한 만큼 김 사장은 우선 두 자릿수 글로벌 시장점유율 달성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그룹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1년 기준으로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3%대로 세계 6위에 머물렀다.
삼성전자는 중국 화웨이(28.7%)나 스웨덴의 에릭슨(15%)와 노키아(14.9%) 등 네트워크 장비 선두주자와 비교해 입지가 크게 뒤쳐진 상태인데 지난해까지도 삼성전자의 점유율에 큰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재용 회장은 인공지능, 바이오, 전장과 함께 네트워크 장비를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꼽은 바 있다.
이 회장은 2019년 세계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면서 네트워크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그 뒤에도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 회장은 2019년 1월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 5G통신장비 생산공장 기공식에 참석해서도 “5G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2년 삼성전자 연말 인사에서 이 회장이 김우준 사장을 승진시키며 네트워크부의 새 수장을 맡긴 만큼 본격적 사업 성장이라는 과제를 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김우준 사장은 차세대 통신중심의 네트워크 비즈니스 기반을 공고히 하고 사업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김 사장은 최근 일본 이동통신사업자 KDDI와 5G단독모드 환경에서 ‘네트워크 슬라이싱’기술 검증에 성공하면서 삼성전자의 기술적 역량을 과시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은 물리적인 이동통신망을 다수의 독립된 가상 네트워크로 나누는 기술이다. 통신속도의 지연을 막고 속도를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 다양한 서비스에서 맞춤형 통신제공이 가능하게 해준다.
김 사장이 이처럼 삼성전자 네트워크 기술역량을 다지는 것은 자율주행이나 확장현실과 같은 미래산업에서 네트워크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율주행과 같이 운전자의 안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분야에서는 신뢰성이 높은 통신기술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가상현실(XR)과 고화질 스포츠 생중계 등의 분야에서는 빠르고 정확한 통신속도가 요구되기 때문에 앞으로 네트워크 장비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글로벌 5G장비 시장은 2021년부터 연평균 70% 가까운 속도로 성장해 2025년에는 242억6천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주요 시장인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최대 인구대국으로 떠오른 인도를 중심으로 전방위적으로 네트워크 장비 공급 확대에 고삐를 죄고 있어 김 사장의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미국 이동통신 사업자인 디시네트워크에 1조 원 규모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됐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일본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NTT도코모에 28GHz 초고주파 대역을 지원하는 초경량·초소형 장비 공급을 따낸 바 있다.
이 기세를 몰아 삼성전자는 인도 바티에어텔에 이어 지난해 12월 인도 1위 통신사 릴라이언스 지오와 5G 무선접속망(RAN)장비 공급계약을 성사시켰다.
특히 인도시장의 경우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 등 외교관계 악화로 1위 사업자 화웨이가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인도의 통신업체들은 5G장비 도입과정에서 업계 선두인 화웨이나 중국의 ZTE(4위)를 배제하고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위주로 거래처를 채택하고 있다.
인도는 현재 통신가입자가 11억7천만 명에 달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더구나 올해에는 중국을 제치고 인구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돼 중국보다 통신시장 성장잠재력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김우준 사장은 올해 인도시장에 집중하면서 코로나19로 투자가 지연됐던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도 사업 확장 기회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네트워크 장비 사업 관련 핵심보직을 두루 섭렵하면서 기술적 노하우를 확보하고 핵심 사업기반을 쌓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삼성전자의 영향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1968년생인 김 사장은
이재용 회장과 동갑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네트워크 업체인 에어바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거쳐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에서 상품전략그룹장, 차세대 전략그룹장, 전략마케팅 팀장을 역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인도 시장을 중심으로 올해 두 자릿수 점유율 달성을 노려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석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3년은 삼성전자의 인도 네트워크 장비 구축 본격화가 시작되는 한 해다"며 "당분간 세계 시장에서 5G 장비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시장 전망이 아주 밝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